한국 축구의 '아시안게임 침묵'에는 중동의 벽이 있었다.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8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이광종호가 두 번째 발걸음을 뗀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중동팀과 맞닥뜨린다. 17일 오후 8시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와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치른다.
1990년 베이징, 2002년 부산 대회 4강전에선 이란에 발목이 잡혔다. 2006년 도하에선 이라크, 2010년 광저우에선 아랍에미리트(UAE)에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도 다르지 않다. 결국 중동을 넘어야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설 수 있다. 현재 이라크와 UAE가 1차전에서 각각 네팔, 인도를 4대0, 5대0으로 대파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이란은 베트남에 1대4로 충격패를 당했지만 16강행 기회는 살아있다. 한국은 이라크와 8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
1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3대0으로 꺾은 이광종호가 첫 격돌하는 제대로 된 상대다. 사우디는 1차전에서 라오스를 3대0으로 꺾었다. A조 1위 결정전이다. 사우디를 넘으면 사실상 16강행이 결정된다.
왜 중동일까. 저력이 있다. 개인기와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역습 능력이 뛰어나다. 태극전사들이 집중력을 놓을 경우 당할 수 있다. 이광종호가 마지막 평가전 상대로 UAE를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우디의 가상 상대였다. 2대1로 승리했지만 한국은 수비 조직력에서 문제가 있었다.
그래도 키는 이광종호가 쥐고 있다.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수밸런스가 안정돼야 한다. 과욕을 부리면 템포를 잃어버릴 수 있다. 서두르다보면 엇박자를 낼 수 있다. 수비-중원-공격, 한 축이 무너지면 벽에 부딪힌다. 선제골이 늦더라도 상대가 집중력이 떨어질 때까지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광종호는 말레이시아전에서 조직력이 100%가 아니었다. 중동 팀에는 끈끈한 조직력이 최고의 전술이다. 조직력이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태극전사들은 자신감이 넘친다. 박주호(마인츠) "중동팀들이 껄끄러운 것은 빠른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역습 대비를 잘한다면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윤일록(서울)도 "느낌이 좋다. 중동팀을 만나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캡틴' 장현수는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한다면 어느 팀도 두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중동의 '모래바람'이 인천에 상륙해선 안된다. 태극전사들의 최대 과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