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발은 산뜻했다.
이광종호는 14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3대0으로 꺾었다. 28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한국 축구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제 막 첫 걸음마를 뗐다.
긴 세월이었다. 한국은 1970년(방콕)과 1978년(방콕) 대회에서 공동 우승했다. 1986년(서울)에는 사상 첫 단독우승의 환희를 일궈냈다. 그러나 이후는 '암흑'이었다. 매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정상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 이유는 뭘까. 1990년 베이징, 1994년 히로시마, 1998년 방콕 대회까지는 A대표팀이 출전했다. 사실상의 '드림팀'이 꾸려졌다. 베이징 대회의 경우 조별리그에서 16득점,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4강전에서 '통곡의 벽'인 이란에 덜미를 잡혔다. 0대1로 패했다. 이란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3-4위전에서 태국을 꺾은 한국은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는 대이변의 희생양이었다. 1차전에서 네팔을 무려 11대0으로 물리쳤다. 황선홍이 무려 8골을 터트렸다. A매치 최다골 기록이다. 8강전에선 홈팀 일본과 맞닥뜨렸다. '미리보는 결승전'이었고, 한-일전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연출했다. 일진일퇴의 공방 끝에 3대2로 역전승했다. 더 이상 벽은 없는 듯 했다. 금메달을 의심하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전에서 덜미를 잡혔다. 일방적인 경기였다. 유효슈팅수는 15대1이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의 유효슈팅 한 방이 골키퍼 실수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0대1 패배였다. 충격이었고, 3-4위전에서 쿠웨이트에 패해 4위에 머물렀다. 1998년 방콕 대회는 8강전에서 개최국 태국에 무릎을 꿇어 4강 진출에도 실패했다.
2002년 부산 대회부터 23세 이하로 연령 제한이 생겼다.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이운재 이영표 김영철이 발탁됐다. 홈이점에 이견이 없었고, 순항했다. 그러나 4강전 상대는 또 이란이었다. 연장혈투 끝에 득점없이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3-5로 패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이운재는 승부차기에서 단 한번도 막아내지 못했다. 두 번째 키커로 나선 이영표는 실축하며 고개를 숙였고, 3-4위전에서 태국을 물리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 도하와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선 4강전에서 각각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에 덜미를 잡혔다.
말레이시아를 제압한 이광종호는 17일 오후 8시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21일 오후 5시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라오스와 각각 2, 3차전을 치른다. 조별리그는 조별리그일 뿐이다. 28년 동안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각조 1, 2위가 조별리그를 통과한다. 인천 대회에도 무난하게 16강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진검승부는 16강전부터다. 갈 길이 멀다. 16강전에 이어 8강, 4강, 결승전을 거쳐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조별리그 성적에 도취되서는 안된다. 자만과 방심은 최대의 적이다. 또 조별리그를 통해 조직력을 100%를 끌어올려야 고지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A조는 16강에서 B조와 만난다. 우즈베키스탄과 홍콩,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이 위치했다. A조 1위는 B조 2위, A조 2위는 B조 1위와 격돌한다. 우즈베키스탄이 껄끄러운 상대지만 피할 가능성이 높다. 8강부터 난적이 기다리고 있다. C조-D조 16강전 승리팀과 맞붙는다. C조에는 오만, 팔레스타인, 싱가포르, 타지키스탄, D조에는 일본, 쿠웨이트, 이라크, 네팔이 속해 있다. 일본과 이라크가 역시 만만치 않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신중한 자세로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서야 한다. 아시안게임의 역사가 던져 준 교훈이다. 28년 만의 금메달은 그냥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만만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과연 서울의 영광이 재현될까. 태극전사들이 정복해야 할 과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