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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WBC 탈락 아픔' 박병호, 대표팀 주장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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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유니폼을 입어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이 소집 및 공식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힘찬 출발을 알렸다.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한국대표팀은 합숙을 위해 15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 모였다. 그리고 기자회견을 통해 금메달을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눈길을 끈 선수는 넥센 히어로즈의 4번 타자 박병호였다. 최근 3년 간 최고의 활약을 펼쳤는데도 프로 데뷔 후 첫 대표팀이다. 더구나 대표팀 주장을 맡았다. 박병호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능숙하던 인터뷰 실력도 평소와 같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이 병역 혜택의 수단으로 전락한 느낌을 주기까지 하는데, 박병호의 긴장과 설렘은 국가대표가 얼마나 대단하고, 소중한 것인가를 보여줬다.

▶"고등학교 이후 처음입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박병호는 "고등학교 이후 처음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감격스럽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성남고 재학 시절 전국대회에서 한 경기 4연타석 홈런을 때린 거포. 당연히 청소년대표팀에서는 중심타자였다. 하지만 2005년 프로에 들어선 후 국가대표는 박병호에게 먼 얘기였다. LG 트윈스에서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1~2군을 오갔다. 국가대표 선발은 생각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야구를 못했으니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열린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박병호는 넥센 이적 후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거듭났다. 2011년에 13홈런을 치며 가능성을 보여준 박병호는 2012년 31홈런-105타점을 기록하고 MVP를 차지했다. 박병호가 운으로, 한 해 반짝 성적을 거뒀다고 보는 이는 없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박병호 시대를 얘기했다.

하지만 박병호는 WBC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루수 포지션에 '큰산' 이승엽(삼성 라이온즈)과 이대호(소프트뱅크 호크스) 김태균(한화 이글스)이 버티고 있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국제대회 경험이 있는 선수가 우선이었다. 이승엽과 이대호 김태균은 주요 국제대회를 경험한 베테랑들이다. 박병호는 선배들에 비해 부족한 면이 있다며 입을 다물었지만, 꼭 입고 싶었던 대표팀 유니폼에 대한 아쉬움을 속으로 삼켰다.

그렇게 독기를 품은 박병호는 2013년 37홈런 117타점을 기록하고 2년 연속 MVP를 받았다. 올시즌에는 48홈런을 때렸다. 11년 만의 50홈런이 눈앞에 있다. 3년 연속 MVP 수상이 유력하다. 이제는 비교대상이 없는 최고의 타자다. 지난해의 아픔을 딛고 당당하게 대표팀에 입성한 것이다.

▶4번 타자를 넘어 주장까지

보통 국제대회 시작 전에 열리는 공식 기자회견에는 팀을 대표하는 간판 선수들이 참석한다. 박병호는 이날 기자회견에 대표팀 중심타자로서 나온 게 아니었다. 박병호는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주장이다.

성인 대표팀에 처음 뽑힌 선수가 주장까지 맡게 된 것은 이례적이다. 아무래도 주장 역할을 하려면 대표팀 경험이 있어야 한다. 여러 선수들을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나이가 있어야 팀 통솔이 가능하다.

그런데 박병호는 올해 28세다. 비교적 젊은 나이다. 이유가 있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대표팀 주장을 생각하면 베테랑인 임창용(삼성 라이온즈·38) 봉중근(LG 트윈스·34) 등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어느 팀이든 투수는 주장을 시키지 않는다"며 "타자 명단을 보고 고민했다. 강민호(롯데 자이언츠)도 후보였고, 강정호(넥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내 선택은 박병호였다. 이유는 하나다. 야구를 너무너무 잘한다. 이제 곧 50홈런을 기록할 것 같은데 그 기를 동료들에게 나눠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박병호를 지목했다"고 했다.

박병호는 주장 선임에 대해 "내가 주장이 된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였으니 똘똘 뭉치는게 가장 중요하다.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기에 다들 책임감과 자신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감독님 말씀대로 내 기가 선수들에게 전달됐으면 한다"고 했다.

초보 주장이지만 마인드는 초보가 아니었다. 박병호는 "병역 미필 선수들의 혜택에 관심이 많은데, 그 선수들을 위해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우리는 국가를 위해 뛰는 것이다. 국민이 행복할 수 있도록 금메달을 따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박병호는 상무에서 군복무를 했다. 이미 병역을 마친 상태다.

박병호는 4번 타자의 부담감에 대해 "올스타전 이후 후반기부터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팀 4번이 아닌, 넥센의 4번 타자라고 생각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