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붕괴를 경험했어요."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에는 향후 한국농구를 이끌어갈 젊은 피들이 많다. 세대 교체가 확연하게 이뤄진 팀이다. 그 가운데 센터 이종현(2m6)이 있다. 아직 대학(고려대) 2학년이지만, 앞으로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가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따라 한국 농구의 체질이 변할 수도 있다.
그래서 유 감독은 이종현을 더 강하게 채찍질한다. 보다 많은 수비 가담을 요구하는 동시에 공격에서도 적극성을 보이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그런 이종현에게 8월말부터 9월초까지 치른 농구월드컵은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종현은 지난 15일 경기도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외국인 선수 연합팀과 경기를 치른 뒤 아시안게임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대표팀에 합류해 훈련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몸싸움이나 앞선에서 상대 가드진을 막는 수비 등을 새롭게 익혔다"고 말했다.
특히 이종현은 "농구월드컵은 정말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대회"였다고 말했다. 신체조건이 좋은 세계의 강호들과 맞붙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지를 알 수 있었다는 것. 이종현은 "호주 센터(아론 베인즈)가 기억에 남는다. 크면서도 빨랐다. 무엇보다 리투아니아라는 팀 전체가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 팀은 처음이었다. 정말 뭘 해도 다 막혔고, 큰 장벽이 앞에 가로막힌 듯 했다. 오죽하면 경기 시간도 다른 때보다 더 천천히 가는 것 같더라. 멘탈 붕괴가 제대로 왔다"고 털어놨다.
이종현은 이번 월드컵에서 5경기 평균 2.6개의 블록슛으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한국 대표팀이 5전 전패를 당한 가운데에서도 이종현의 성적은 희망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종현 스스로는 그게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상대와의 격차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은 이종현에게 '또 다른 틀'을 깨준 계기였다. 이종현은 "드롭존 등의 수비 포메이션을 더 세밀하게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센터지만, 앞선에서 상대 가드를 막기도 해야 한다. 필리핀 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또 골밑 공격도 더 자신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아시안게임 금메달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선수가 발전하려면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그걸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월드컵을 통해 한계를 체감한 이종현이 그 틀을 깨트리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