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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약을 원하는 유먼, 롯데의 대답 아직 노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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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먼(35)은 롯데 자이언츠와 재계약을 원하고 있다. 그는 14일 사직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계약 제안을 받으면 나의 대답은 너무 쉽다. 남을 것이다. 나는 현재 라커룸의 내 짐들을 싸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유먼은 부산에서의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그가 올린 성적도 수준급이다. 2012시즌 첫 해 29경기에 등판, 13승 평균자책점 2.55로 A급 성적을 냈다. 타선의 지원만 좀더 받았더라면 충분히 15승 이상을 했을 정도로 위력적인 피칭을 했다. 그의 주무기는 날카로운 체인지업이었다. 우타자의 바깥쪽에서 직구 처럼 오다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국내 타자들은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지난해에도 13승으로 첫 해와 타이를 이뤘다. 평균자책점은 3.54로 나빠졌다. 하지만 유먼이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은 출중했다. 롯데와 유먼의 재계약을 의심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롯데는 볼 것도 없이 지난해말 유먼과 재계약했다. 유먼은 지난 겨울 고질적으로 안 좋았던 오른 무릎 수술을 받았고 재활 치료를 한 후 롯데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그런데 이번 시즌 현재 성적은 25경기에서 11승(8패). 3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승수만 놓고 보면 성공적인 시즌이다. 하지만 평균자책점이 5.57로 지난 두 시즌과 비교해 껑충 치솟았다. 피안타율이 0.319. 25경기 중 퀄리티스타트가 9경기 밖에 되지 않았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이 1.69로 매우 높았다.

유먼은 이번 시즌 롯데 선발 투수 중 승수가 가장 많다. 하지만 올해 보여준 구위만 놓고 보면 에이스라고 보기 어렵다. 주무기 체인지업이 잘 통하지 않고, 위기 상황에서 탈삼진이 줄면서 실점도 많아졌다. 올해 벌써 실점이 94점으로 지난해 81점을 넘어섰다.

그는 무릎에 큰 이상은 없는데 자꾸 신경이 쓰이는 듯한 눈치를 보였다. 유먼은 "계속 일정한 투구 폼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고 말했다.

유먼의 나이를 고려할 때 국내 이상의 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하기는 쉽지 않다. 그도 메이저리그 재도전은 나이 때문이라도 힘들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유먼 입장에선 국내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게 최선책이다. 그중에서도 롯데와 재계약하는게 가장 좋은 선택인 셈이다. 메이저리그를 빼고 국내 팀만큼 높은 연봉과 집, 통역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리그는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그도 그걸 알기 때문에 재계약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롯데 구단 경영진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유먼의 나이와 최근 하락세를 간과할 수 없다. 롯데는 올해 믿었던 선발 투수 4명(유먼 옥스프링 장원준 송승준)이 모두 기대이하의 성적을 내주고 말았다. 시즌 전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모두 10승 이상을 해주면서 탄탄한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했어야 한다. 하지만 장원준 9승, 옥스프링과 송승준은 8승에 그쳤다. 승수는 둘째 치고 평균자책점에서 3점대가 아무도 없었다. 장원준은 4.44, 옥스프링은 4.21, 송승준은 6.10이다. 장원준은 이번 시즌을 마치면 FA(자유계약선수)가 된다. 롯데 구단 수뇌부는 이 4명의 선발 투수를 믿고 다시 2015시즌에 도전할 수 있을 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옥스프링의 나이는 37세. 송승준도 34세. 장원준은 29세. 유먼 옥스프링 송승준이 내년이면 30대 중반을 찍고 후반부로 접어든다.

롯데는 현재 이번 시즌 피말리는 4위 싸움을 하고 있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내년 시즌을 신경쓸 겨를이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롯데 야구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유먼은 아시안게임 이후 벌어질 10경기 중 최소 3번, 최다 4번까지 선발 등판할 수 있다. 그때 에이스 다운 모습을 보여줄 경우 재계약의 청신호가 켜질 수도 있다. 롯데도 3년 연속 10승 이상을 올린 투수를 쉽게 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달라지는 게 없을 경우 리스크가 있더라도 젊고 싱싱한 새 외국인 투수 쪽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