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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이재학-나성범 보는 김경문 감독의 애틋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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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는 마음 같았다. 처음 태극마크를 단 제자들이 혹여나 대표팀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되는 모습이었다.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의 얘기다.

NC에선 투수 이재학(24)과 외야수 나성범(25)이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혔다. NC가 지난해 처음 1군에 진입했으니, 사실상 창단 첫 태극마크 배출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대표팀 소집 전에 두 명 모두 나란히 부진에 빠졌다. 김 감독은 "공교롭게도 이재학과 나성범 모두 좋지 않을 때 대표팀에 보내려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재학은 대표팀 명단이 최종 확정된 7월 28일 이후 1승도 거두지 못했다. 7차례 등판에서 세 번이나 5회를 채우지 못했다. 평소 긴 이닝을 잘 막아내던 이재학이었지만, 슬럼프는 이재학을 괴롭혔다.

사실 올시즌 내내 이재학은 지난해 신인왕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10승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8를 기록하며 신생팀 NC의 토종에이스로 떠올랐으나, 2년차 징크스가 발목을 잡았다.

이재학의 부진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점차 타팀 타자들에게 익숙해져 갔고, 상대의 집중분석에 조금씩 공략법이 생기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엄지손가락 통증 때문에 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 구사 비율을 낮춘 것도 문제가 됐다. 올해는 한동안 던지지 않던 두 구종의 감을 찾지 못해 실전에서 또다시 체인지업에 의존하는 패턴이 계속 됐다.

하지만 이재학은 대표팀 소집 전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11일 창원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비록 타선의 득점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됐지만, 다시 예전의 이재학으로 돌아온 모습이었다.

김 감독 역시 "재학이의 그날 피칭은 좋았다. 마지막에 던지는 장면을 보니 걱정을 조금 덜었다"며 흐뭇해했다. 사실 대표팀에 수준급의 선발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재학마저 부진하자, 김 감독의 걱정이 컸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최대한 감을 끌어올리고 대표팀에 가게 됐다.

나성범도 걱정이었다. 갑작스레 타격감이 뚝 떨어졌다. 사실 올시즌 나성범의 페이스는 놀라웠다. 4월부터 매달 3할대 타율을 보였고, 5월에는 4할4리, 6월과 7월에는 3할5푼1리, 3할4푼3리의 높은 타율을 보였다. 그런데 대표팀 승선 이후 8월 타율 2할8푼2리를 기록하더니, 9월에는 고작 2할에 그치고 말았다.

타율 3할3푼 29홈런 98타점으로 최고 수준의 타자임을 증명하는 3할-30홈런-100타점 고지가 눈앞이지만, 김 감독에겐 최근의 하향세가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나성범이 13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최 정의 만루홈런성 타구를 낚아내는 호수비를 펼치고, 공격에서 스리런홈런을 터뜨리며 승리를 이끄는 모습을 보며 한숨을 돌렸다.

나성범은 대표팀에서 주전 중견수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타자로 전향해 아직 수비가 좋은 편이 아니다. 김 감독도 이 부분을 우려했다. 그런데 13일 경기서 나온 호수비를 보고는 "여기가 (아시안게임)홈구장인 걸 아나보다"라며 "수비에 집중하면, 타격도 잘 되게 돼있다. 감독이 보기엔 타격도 타격이지만, 수비의 중요성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사령탑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이끈 주역이었다. 이번 대표팀에 대해서도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사실 요즘 대표팀에 뽑힌 각 팀 선수들이 부진해서 류중일 감독이 걱정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모이면 또 다른 정신력이 발휘된다. 다른 모습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