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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김현우의 금빛 의지 "필사즉생, 필생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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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레슬링은 인천아시안게임을 '중흥기'의 원년으로 삼았다. 오랜시간동안 레슬링은 한국 스포츠의 대표적인 효자 종목이었다. 올림픽에서 건국 이래 첫 금메달을 획득한 주인공도 레슬링의 양정모였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도 49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그러나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을 마지막으로 레슬링은 긴 침체기에 돌입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잇따라 '노골드'의 수모를 맛봤다. 2012년 런던올림픽은 부활의 무대였다. 그레코로만형의 김현우(삼성생명)이 올림픽에서 8년만에 금메달을 따냈다. 이어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현우와 류한수(삼성생명)가 14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서면서 침체기에서 벗어났다.

이제 꽃을 피울 시기다. 안방에서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이 그 무대다. 바르셀로나대회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던 안한봉 감독과 박장순 감독이 각각 그레코로만형과 자유형을 지도, 이번대회에서 금메달 4~5개 획득을 노리고 있다. 그레코로만형의 김영준(59㎏급·수원시청) 류한수(66㎏급) 정지현(71㎏급·울산광역시남구청) 김현우(75㎏급), 이세열(85㎏급·한국조폐공사)에게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자유형의 윤준식(57㎏급·삼성생명), 이승철(61㎏급·상무) 여자 자유형의 이유미(48㎏급·칠곡군청)도 메달 후보로 꼽힌다. 안 감독은 "그레코로만형 전체급 석권이 꿈이다. 꿈이 이뤄진다는 신념으로 훈련했다"면서 "다른 종목 선수들이 불쌍하게 생각할정도로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훈련을 했다"고 메달 획득을 자신했다. 안 감독은 15일부터 5일간 역대 최고의 '지옥훈련'을 실시한 뒤 경기 일자(9월 27~10월 1일)에 맞춰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 올릴 계획이다.

그 중에서 레슬링의 중흥기를 이끌 선두주자로는 김현우가 꼽힌다. 4년 전 대학생으로 첫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은 김현우는 2회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2년 뒤 그는 런던올림픽 그레코로만형 66㎏급에서 세계 정상에 섰고, 4년만에 아시안게임에서 아픔을 털어낼 기회를 잡았다. 김현우는 75㎏급으로 체급을 올린 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아시안게임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다.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른다면 김현우는 그랜드슬램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김현우는 그랜드슬램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는 11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주변에서 그랜드슬램을 많이 얘기하는데 생각하면 부담이다.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려한다. 준비한대로 하면 금메달은 따라 올 것"이라면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보다 아시안게임이 더 부담이 가는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런던올림픽보다 성숙해진 자신을 보면서 금메달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2년전에 비해 레슬링에 눈을 떴다고 하더라. 그때는 국제 경험이 적었다. 시합장에서 함성소리를 들으면 긴장했는데 이제는 즐길수 있다. 여유가 생겼다. 런던때보다 몇 단계 발전한 선수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음을 지었다.

더이상 긴 말은 필요 없었다. 그는 영화 '명량'의 대사로 자신의 의지를 대신 전했다. "명량을 보면서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라는 말을 가슴에 담았다. 죽을 각오로 하면 해낼 수 있다."

태릉=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