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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특집 파일럿 예능의 엇갈린 명암..최후의 생존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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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예능 프로그램에게는 휴일이 아니다. 이 시기에 맞춰 파일럿 프로그램이 대거 쏟아진다. 시청자들을 심사위원으로 삼아 눈도장을 찍는 오디션 무대. 올 추석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 때보다 풍성했던 추석 예능 상차림. 정규 편성을 노리는 파일럿 프로그램들의 한판 승부가 일단락됐다. 기대 이상의 재미로 호평을 받은 프로그램도 있었고, 화려한 예고편을 무색하게 한 실망 프로그램도 있었다. 시청자들의 '추석 민심'은 어디로 향했을까. 파일럿 예능의 엇갈린 명암을 살펴봤다.

▶가을 개편을 기대해

MBC는 이번 추석에 걸출한 프로그램 한 편을 건졌다. 8일 방송된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최소 12살부터 최대 60살까지 띠동갑 차이가 나는 어린 스승과 나이 많은 제자가 커플을 이뤄 영어 중국어 회화, 기타 연주, SNS 활용법 등을 배우는 모습을 담았다. 칸 영화제에 다녀온 후 영어를 배우겠다 결심한 김성령과 깐깐하면서도 은근히 자상한 성시경의 '여배우 맞춤형' 과외. 띠동갑부터 띠띠동갑, 띠띠띠동갑까지 한자리에 모인 정준하-김희철의 폭소만발 중국어 클래스. 열여섯 살 기타 신동 손예음과 어린 사부에게 깍듯하게 예를 갖추는 이재용의 만남. 39년생 토끼띠 송재호와 99년생 토끼띠 진지희의 60살 차이를 뛰어넘은 열린 소통. 스승과 제자의 색다른 조합은 뜻밖의 케미를 빚어내며 쏠쏠한 재미를 안겼다. 개인과외라는 소재는 참신했고 스타들의 배움에 대한 열의와 진정성은 훈훈했다. 당장 정규 편성을 해도 무방할 정도로 프로그램의 완성도 역시 뛰어났다.

MBC '한솥밥'과 '한이불'은 '남북한 화합'이라는 한 가지 주제를 두 가지 포맷으로 풀어내 눈길을 끌었다. 관찰 예능 '한솥밥'은 엄마라는 공감대로 자매가 된 슈와 한서희, 가상부부가 된 장동민-명성희의 이야기를 다뤘고, 토크쇼 '한이불'은 남한 남편과 북한 출신 아내 5쌍의 결혼 생활을 유쾌한 입담으로 풀어냈다. 우리 사회의 아픔을 보듬고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착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정규 편성 기대감을 높였다.

SBS에선 '열창클럽 썸씽'이 호평받았다. 강호동-최백호, 김정은-악동뮤지션, 박근형-윤상훈 부자, 임상아-다이나믹듀오, 박혁권-임창정, 이필모-로이킴 등 12명의 출연진이 선보이는 콜라보레이션 무대. 그러나 늘 보던 명절용 노래자랑은 아니었다. '썸씽'은 무대에 '인생의 OST'라는 주제를 녹여해 진한 감동을 안겼다. 미국에서 성공한 가방 디자이너가 돼 돌아온 임상아의 숨겨진 아픔을 알게 된 뒤 만나는 '어머니와 된장국'은 가슴을 먹먹하게 했고, 무명 시절의 소중한 인연을 간직해온 박혁권과 임창정의 '소주 한잔'은 인생의 깊은 맛을 느끼게 했다. 화려하진 않아도 진심이 담겨 있어 더 빛나는 무대였다.

▶명절 '브랜드 예능'의 탄생

설날과 추석이면 어김없이 찾아온던 '명절 대표 브랜드 예능' MBC '아이돌 육상 선수권대회'가 이번 추석엔 잠시 휴업했다. 그 사이 새로운 도전자들이 등장해 시선끌기에 나섰다.

SBS '주먹쥐고 주방장'은 도전의 아이콘 김병만의 '주먹쥐고' 시리즈 2탄으로 기대를 모은 프로그램. 넓이만 서울 상암동 경기장의 3.5배에 달하며 한꺼번에 5천 명의 식사가 가능한 지구촌 최대 크기의 식당인 중국 호남성의 '서호루'에서 펼쳐지는 요리 도전기를 담았다. 김병만, 강인, 헨리, 빅토리아, 육중완이 중국 본토의 요리와 주방의 규율을 배우고 요리 대결을 펼치는 과정이 오감을 자극했다. 9일 방송된 1부의 시청률은 6.2%. 지난 설 연휴에 방송돼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9.7%)를 기록한 '주먹쥐고 소림사'에는 못 미치는 성적표. 그러나 '주먹쥐고' 시리즈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엔 충분한 재미를 안겼다.

KBS2 '당신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개그콘서트'도 이젠 명절의 대표 예능으로 자리잡았다. 녹화를 했지만 전파를 타지 못한 비운의 코너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명절 특집 방송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코너들이 재녹화 기회를 얻게 되는데, 이번 추석엔 양상국 정태호 등이 호흡을 맞춘 '사람 일은 모른다'가 행운을 거머쥐었다.

▶혹평에 울다

9일 방송된 MBC '나는 가수다' 특집은 상암시대 개막과 맞물려 초대형 기획으로 꾸며졌다. 논란도 잦았지만 그만큼 화제가 컸던 프로그램이었기에 이번 특집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도 높았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시나위, 김종서, 박기영,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더원. 씨스타 효린, 윤민수 등 출연진은 쟁쟁했다. 무대도 흠잡을 데 없었다. 문제는 긴장감 실종이다. 청중평가단의 선택에 의해 순위는 매겨졌지만, 1회성 특집이라 탈락자가 없어 재미가 반감됐다. 또한 처음 시도한 야외무대 공연은 산만했고, 궂은 날씨까지 겹쳐 청중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시청률 8.2%로 9일 방송된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것. 하지만 옛 명성을 되살려 정규 편성을 시도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