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경기에서 공격포인트는 없었다. 하지만 다들 그를 기억했다.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플레이 하나하나에 책임감까지 묻어났다. 1992년생, 만으로 22세인 손흥민(레버쿠젠)이 9월 A매치를 2연전을 통해 명실상부 한국 축구의 에이스로 등극했다.
베네수엘라전의 주연은 이동국(35·전북)이었다. 이동국은 2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센추리클럽(A매치 100회 이상 출전) 가입을 자축했다. 이동국 뒤에 손흥민이 있었다. 이날 손흥민은 측면을 자유롭게 누비고 다녔다. 손흥민이 볼을 잡으면 베네수엘라 수비진들이 두 세명씩 달라붙었다. 손흥민은 개의치 않았다.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드리블로 수비진을 유린했다. 공격의 윤활유 역할을 제대로 했다. 경기가 끝난 뒤 노엘 산 비센테 베네수엘라 감독은 "한국의 빠른 플레이에 우리 수비라인이 무너졌다. 한국이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밝혔다.
우루과이전도 손흥민을 위한 무대였다. 경기전부터 세계적인 수비수인 디에고 고딘(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은 "손흥민은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경계했다. 이날 손흥민은 '프리롤'이었다. 좌, 우, 중앙을 오가며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빠른 스피드와 공간을 찾아가는 눈, 날카로운 슈팅 등을 마음껏 선보였다. 패싱도 좋아졌다. 중앙으로 이동하며 측면으로 치고 들어가는 선수들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주었다. 세트피스에서도 빠르면서도 정확한 킥으로 우루과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경기 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월드컵 이후 모든 책임을 손흥민이 짊어 지려 하는 것 같았다. 어린 나이지만 잘 뛴다. 그 리듬을 이어가라고 충고했다"고 칭찬했다.
손흥민은 "스위칭 플레이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플레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완벽한 모습은 아니다. 동료들과 잘 상의해서 더욱 좋은 모습을 선보이도록 하겠다"고 발전을 다짐했다.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승리에 굶주린' 에이스의 모습이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