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우루과이와의 A매치 2연전의 최대 수확이라고 한다면 지난 월드컵대표팀에 중용되지 않은 선수들의 재발견이다.
새롭게 태극마크를 단 이동국(35·전북) 차두리(34) 김주영(26·이상 서울) 이명주(24·알아인) 남태희(23·레퀴야) 등은 활발한 움직임으로 대표팀에 새바람을 불러왔다. 이들은 기존 대표팀의 중심이었던 유럽파들에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과시하며 대표팀 스쿼드를 한층 두텁게 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역시 차두리와 이명주의 경기력이었다. '브라질월드컵에 나섰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의 좋은 활약을 펼쳤다. 차두리는 A대표팀의 오른쪽 윙백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2011년 11월15일 레바논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이후 약 3년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활약이었다. 한국의 공격은 차두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트레이드마크 같은 강철체력과 빠른 스피드는 여전했다. 오버래핑 타이밍과 경기를 읽는 눈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력도 문제가 없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이명주 역시 포항 시절 보여준 정교하고 센스넘치는 공격력을 과시했다. 수비시에는 과감한 압박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베네수엘라전에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A매치 데뷔골까지 뽑아냈다. 브라질월드컵 최종 엔트리와 인천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 탈락의 아픔을 씻을 수 있었다. 부상으로 제외된 같은 포지션의 구자철(마인츠)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보일 수 있는 활약이었다.
이동국과 김주영, 남태희도 돋보였다. 이동국은 베네수엘라전에서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 가입을 자축하는 2골을 터뜨렸다. K-리그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골감각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우루과이전에서 다소 부진했지만, 호주 아시안컵 주전 스트라이커의 가능성을 높였다. '서울의 주역' 김주영은 포백과 스리백을 넘나들며 한국수비의 새로운 핵으로 뛰어올랐다.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위치선정은 명불허전이었다. 베네수엘라전에서는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 속 투혼을 발휘하며 많은 갈채를 받았다. 남태희 역시 조커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특히 남태희는 울리 슈틸리케 신임 A대표팀 감독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카타르에서 거주했을때 외국인선수 집 근처에 있었다. 당시 남태희가 있었는데 그는 어떻게 훈련하고 어떻게 규율을 지켜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루과이전을 관전한 슈틸리케 감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경기 후 "한국은 살아있는 팀이다. 아직 어떤 약이 필요한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유럽파 선수들 외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한 슈틸리케 감독은 빠른 처방을 위한 다양한 옵션을 갖게 됐다. 이번 A매치 2연전이 준 선물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