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이승엽(38)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이승엽이 7년 만에 30홈런 고지를 밟으며 역대 최고령 30홈런 타자가 됐다.
이승엽은 1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 6번-지명타자로 선발출전해 6회 솔로홈런을 날렸다. 0-2로 뒤진 6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선발 에릭의 낮게 떨어지는 128㎞짜리 포크볼을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계속해서 팀 타선이 찬스를 살리지 못하며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이승엽의 홈런포는 영양가 있는 한 방이었다.
이승엽은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뛰던 2007년 이후 7년 만에 30홈런을 기록했다. 이후 내리막을 걸은 이승엽은 2012년 삼성에 복귀해 21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13홈런에 그쳤다.
나이가 들면서 배트 스피드가 떨어지고, 장타가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승엽은 올시즌 '회춘'했다. 2012년(3할7리) 이후 다시 타율 3할에 도전중이고, 홈런은 이미 한국 복귀 후 최다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 최고 기록을 세우던 일본 진출 전만큼은 아니지만, 홈런 단독 3위를 달리고 있다.
게다가 이날 홈런으로 역대 최고령 30홈런 타자 기록을 새로 썼다. 기존엔 2001년 롯데 외국인 타자 호세의 36세 3개월 17일이었으나, 이승엽이 이날 38세 23일만에 홈런을 때려냈다.
올해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데이빗 오티스(39)가 30홈런을 넘었는데 이와 비교될 만하다. 물론 고령 선수들의 활약이 많은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에선 30홈런 기록이 많다. 1987년 대럴 에반스는 불혹의 나이에 34홈런을 기록해 이 부문 최고령 기록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는 야마사키 다케시(은퇴)가 2007년과 2009년, 39세 43홈런, 41세 39홈런을 때려내 해당 연령 최다 홈런 타자가 되기도 했다.
30홈런은 이승엽 본인도 애착을 갖고 이는 기록이다. 이승엽은 "현실적으로 나에겐 30홈런과 100타점을 한다면, 그게 정말로 뜻깊은 기록이 될 것"이라며 "홈런 타자의 자존심은 30홈런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칠 수 있다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승엽은 10일까지 30홈런에 92타점을 기록했다. 2012년 한국에 복귀하면서 세웠던 목표인 타율 3할-30홈런-100타점 기록에 가까워졌다. 경기 후 이승엽은 "(오늘 홈런은) 아무 의미 없다. 30홈런 보다 오늘 같이 중요한 경기에서 팀이 이겼다는 것 자체가 정말 기쁠 뿐"이라며 웃었다.
한편, 이승엽의 홈런으로 따라간 삼성은 9회초 3점을 뽑아 4대2로 이겼다. 이승엽이 승리의 발판을 놓은 셈이다. 회춘한 이승엽의 올시즌 최종 성적표가 궁금하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