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창아, 너 이제 출발이다. 네가 아직 제주의 주전이 된 것도 아니고, K-리그 클래식의 스타 공격수가 된 것도 아니야. 동계훈련 때 봤던 간절한 눈빛이 모두 사라졌어. 자꾸 그런 식을 뛴다면 선생님도 너에게 이제 기회를 줄 수 없어." 감독방으로 부른 박경훈 제주 감독이 호통을 쳤다.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하는 말씀 하나하나가 가슴을 파고 들었다. 이를 악물었다. 감독방에서 나온 후부터 골만 생각했다. 공격수들의 움직임 동영상을 보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그 결과는 K-리그 최초의 전반전 4득점이었다. K-리그 역사를 새로쓰며 새롭게 스타로 떠오른 박수창(25·제주)의 4득점 비하인드 스토리다.
추석 연휴 펼쳐진 클래식 24라운드 최고의 스타는 단연 박수창이다. 박수창은 6일 전남전에서 전반에만 4골을 터뜨리는 등 4골-1도움의 환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팀의 6대2 대승을 이끌었다. 2007년 3월 부천전에서 세운 샤샤의 한 경기 최다골 기록(5골)과 2011년 8월 강원을 상대로 몰리나가 기록한 개인 한 경기 최다 공격포인트(6개·3골-3도움)에 한개씩 모자란 엄청난 활약이었다. 공식 경기에서 4골을 넣은 것은 처음이라는 박수창은 "경기 전날 골 넣는 꿈을 꿨다. 꿈에서는 2골을 넣었는데 4골이나 터뜨렸다. 첫 슈팅 때리는 순간 오늘 잘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기 후 너무 많은 축하를 받았다. 무엇보다 부모님께 최고의 추석 선물을 드린 것 같아 너무 기쁘다"고 웃었다.
그는 그저그런 선수였다. 2012년 대구FC에 입단하며 K-리그 무대를 밟았지만 그해 1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듬 해인 2013년 챌린지(2부리그) 충주 험멜로 옮기며 돌파구를 찾았다. 충주에서 29경기를 뛰고 2도움을 올리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박 감독은 박수창의 잠재력에 주목했고 박수창은 올시즌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박수창의 제주 입단 당시 포지션은 오른쪽 윙백이었다. 정다훤 김봉래 등과 주전 경쟁을 펼치던 박수창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외국인선수 영입에 실패한 박 감독은 기존 선수들 중 공격수 자원을 물색했다. 박수창이 눈에 들었다. 박수창의 슈팅과 공간활용능력을 높이 평가한 박 감독은 그를 공격수로 변신시켰다. 박수창은 "대학과 충주 시절 섀도 스트라이커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최전방은 처음이었다. '내가 어떻게 원톱으로 뛰지'라는 생각보다는 주어진 기회를 잡자는 생각만 했다"고 했다. 박수창은 제주 데뷔전이었던 4월30일 수원FC와의 FA컵 32강전에서 1골-1도움을 기록했고 이어진 울산 원정에서 골을 터트리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거기까지 였다. 역시 원톱 초년병에게 클래식 무대는 녹록치 않았다. 꾸준한 기회를 잡았지만 골이 터지지 않았다. 박수창은 "답답했다. 득점 가뭄, 공격수 부재라는 얘기가 나올때마다 나 때문인 것 같았다. 서울 원정 엔트리에 제외되고 생각이 많았다. 더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전남전에서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원톱이 익숙치 않은 박수창에게 맨시티의 공격수 세르히오 아게로 동영상은 최고의 교본이다. 박수창은 "스타일은 다르지만 나와 체구가 비슷한 선수라 자주 영상을 보게 된다. 슈팅이나 움직임 등을 확인하면서 실전에 적용하곤 한다"고 했다. 박수창은 "펑소에 안들어가던게 다 들어갔다. 이제 수비들도 조금씩 견제를 할 것이다. 자신감은 생겼다. 더 열심히 하다보면 전남전 같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반드시 제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끌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