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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선동열 감독, 왜 박찬호를 칭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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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센스가 있는 것 같아."

시즌 막바지에 접어든 KIA 타이거즈는 입지가 상당히 어려워졌다. 목표로 삼았던 4강 진입의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진 상황이다. 오히려 지금은 9위 한화 이글스에게도 역전을 당할 '꼴찌 추락'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모든 상황이 '절망'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KIA 선동열 감독은 '새 희망'을 이야기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매우 희박한 '4강 도전'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팀의 사령탑으로서 비현실적인 이상을 말하기보다는 차라리 미래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이다. 선 감독이 아직은 미완성인 신인 내야수 박찬호를 칭찬한 이유다.

사실 선 감독은 선수들에게 칭찬이 후한 감독은 아니다. 잘 하고 있는 선수에게도 보다 더 잘하라는 의미에서 강한 주문을 한다. 그런데 지난 9일 데뷔 첫 선발 출전을 경험한 박찬호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 감독은 10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박찬호에 대해 "몸은 가늘지만, 공을 맞히는 능력은 있다"면서 "공격은 그래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수비는 괜찮은 편이다. (어제보니) 수비 센스가 있더라. 오히려 강한울보다 안정감이 있었다"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선 감독의 이같은 칭찬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하나는 시즌 막판 유망주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해서다. 보통 시즌 막판에 4강권에서 멀어진 팀의 사령탑들은 유망주들에게 출전 기회를 많이 준다. 어차피 순위 싸움에서 한 발 멀어졌기 때문에 주전들에게 휴식을 주고, 비주전급 선수들에게는 경기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도 백용환이나 이홍구 등이 이 기회를 얻었다.

올해는 그 대상이 바로 박찬호다. 장충고 출신의 박찬호는 2014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5순위(전체 50순위)로 KIA에 입단했다. 올시즌 내내 퓨처스리그에서 프로 적응기간을 보낸 박찬호는 9월 확대 엔트리 시점에 맞춰 1군에 콜업됐다. 이어 6일과 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 교체 멤버로 나왔다가 9일 광주 홈경기에 처음으로 선발 유격수를 맡았다.

첫 선발 데뷔전 성적은 3타수 1안타 1타점. 수비에서는 3회와 6회에 실책성 플레이를 했다. 전반적으로 첫 선발 데뷔전에 대한 긴장감이 가시지 않은 듯 했다. 선 감독의 이례적인 칭찬은 이런 박찬호를 좀 더 큰 선수로 만들기 위한 '당근'이다. 완벽한 플레이는 아니었지만, 작은 가능성이라도 크게 키우기 위한 배려라고 볼 수 있다. 과연 박찬호가 차세대 KIA의 주전 내야수로 성장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