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울산-경남의 K-리그 클래식 24라운드.
1-1로 맞서던 후반 42분, 울산 미드필더 안진범의 날카로운 코너킥이 문전으로 배달됐다. 울산의 슈팅을 막기 위해 9명의 경남 수비수들은 울산 선수들을 맨투맨 수비를 펼쳤다. 밀집수비가 한 방에 뚫렸다. 경남 수비수 스렌텐의 밀착마크를 벗어난 김민균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옆으로 누워 그림같은 가위차기 슛을 날렸다. 경남 골키퍼 김영광은 힘껏 몸을 날렸지만 소용없었다. 슈팅 궤도가 워낙 좋아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조민국 울산 감독은 "김민균의 시저스킥은 환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김민균은 중고 신인이다. 2009년 대구FC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 두 시즌 동안 46경기에 출전, 2골-3도움을 기록했다. 인상적인 활약은 아니었다. 이후 도전을 택했다. 일본 J2-리그 파기아노 오카야마로 이적했다. 2년간 73경기에 출전하면서 팀 내 주축선수로 성장했다. 이듬해 유럽무대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행선지는 폴란드 1부 리그의 야길로니아 비아위스토크였다. 그러나 유럽의 벽은 높았다. 반년 만에 다시 오카야마로 복귀해야 했다. 좌절은 없었다. 4년 만의 K-리그의 문이 열렸다. 올시즌 울산에 둥지를 틀었다.
청소년대표 출신인 김민균의 장점은 '턴'이다. 수비수를 등진 상태에서 공을 컨트롤한 뒤 곧바로 돌아 질주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이번 시즌 백업멤버였다. 들쑥날쑥한 출전 기회에 실전 감각을 되살리기 힘들었다. 그러나 기다림 끝에 기회가 찾아왔다. 김신욱과 카사가 각각 인천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와 몬테네그로대표팀 차출로 자리를 비우면서 주전 도약의 기회가 찾아왔다.
기회를 잡을 줄 아는 선수가 '스타'다. 환상적인 시저스킥은 인생의 골이었다. 김·민·균이란 세 글자를 K-리그 팬들에게 각인시키는 골이기도 했다. 특히 주축 선수들의 부재로 9월 고비를 맞은 조 감독에게 환한 웃음을 선사한 골이었다. 일약 스타덤에 오른 김민균의 비상이 시작됐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