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를 맡기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호주 시드니에서 전지훈련 중인 오리온스는 포워드 김도수(33)를 올해 주장으로 뽑았다. 김도수는 연습경기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전지훈련서 오리온스의 팀워크를 높이는데 있어 큰 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도수는 지난 시즌 도중 KT와의 4대4 트레이드를 통해 오리온스로 이적했다. 당시 트레이드 카드를 고를 때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김도수를 가장 비중있게 지목했다고 한다.
팀을 이끌 수 있는 리더가 필요했다. 오리온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멤버 교체 폭이 컸다. 간판 최진수가 군복무를 위해 상무에 입대했고, 외국인 선수 2명을 모두 교체했다. FA 시장에서는 베테랑 임재현을 영입했다.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오리온스는 2004~2005시즌에는 한 단계 높은 위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많고 전력을 새롭게 구성한 만큼 리더의 역할이 무척 중요한 시즌이다. 추 감독은 "지난 시즌에 도수를 데려올 때 팀을 이끌어갈 수 있는 선수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 리더십도 있고 워낙 성실하기 때문에 주장을 맡겼다"면서 "후배들을 잘 챙기고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띈다. 선수단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추 감독은 "엊그제 쉬는 날 '이곳 숙소에서 식사를 마련해 주시는 분들에게 선물이라도 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벌써 준비를 해놓았다고 하더라. 주위 사람들을 챙기는 게 정말 리더십이 있는 친구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며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추 감독과 김도수는 이미 KTF 시절부터 사제간의 정을 쌓았다. 2004년 전자랜드에 입단한 김도수는 2005~2006시즌 도중 KTF로 이적했는데, 당시 사령탑이 추 감독이었다. 추 감독은 "KTF 시절부터 봐왔는데 언젠가는 팀을 이끌 수 있는 리더감이라고 생각했었다"고 했다.
주장으로서의 역할 뿐만이 아니다. 오리온스가 이번 시즌 더 도약하려면 '포워드' 김도수의 활약이 필요하다. 기존 주포인 김동욱이 부상으로 이번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한데다 최진수가 빠진 상황이라 내외곽에서 김도수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도수는 지난 3년간 단 한 번도 제대로 시즌 맞은 적이 없었다. 고질적인 발목 부상으로 매년 수술을 받아 시즌 준비를 충실하게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예년보다 빠른 지난 5월부터 재활 훈련을 시작했고, 6월 중순부터는 팀훈련에 참가해 동료들과 손발을 맞췄다. 김도수는 "작년까지는 수술 때문에 페이스가 늦었다. 하지만 올해는 수술없이 재활 운동부터 착실하게 시작했다. 몸은 최근 들어 가장 좋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어 김도수는 "선수 생활하면서 주장은 처음이다. 주장이니까 아파도 참고 뛴다. 후배들 보는 눈도 있으니 눈치도 보고 있다"며 웃은 뒤 "우리는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많고 용병들도 새롭게 들어왔다. 드래프트에서 신인들이 또 들어온다. 작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올해는 그 보다는 더 좋아져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뛸 수 있도록 이끌고 싶다"며 의지를 드러내 보였다.
김도수를 리더로 내세운 오리온스의 새 시즌이 기다려진다. 시드니(호주)=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