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인 8일 오후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NFC)는 적막했다. A대표팀의 우루과이전이 예정된 날이었다. 대한축구협회 지원 스태프들 중 다수가 명절을 쇠러 갔다. '구름' 취재진도 A대표팀을 향했다. '하나 둘 셋!' 우렁찬 구령이 파주 하늘에 퍼져나갔다. 남녀 아시안게임 축구대표 선수들에게 한가위는 없었다. "송편 먹었어요?"라는 질문에 고개를 흔들었다. 오늘도 어제처럼 묵묵히, 그저 뜨거운 땀방울을 쏟아냈다. .
여자축구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남동럭비경기장에서 태국과, 남자대표팀은 같은날 오후 5시 인천문학경기장에서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일주일도 채 안남은 D-데이, 금메달을 향한 첫 단추다. 꿈이 확실한 만큼 숨돌릴 틈도 없었다. 6일 오전 훈련 후 7일까지 짧은 외출을 허락받았던 남녀 태극전사들은 추석 당일 오전부터 다시 축구화 끈을 바짝 조여맸다.
여자대표팀은 이날 오전, 오후 두차례 훈련을 이어갔다. 북한, 일본, 중국 등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각별히 신경썼다. 송준섭 피지컬 트레이너가 '악마조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오전 내내 초강력 피지컬 훈련을 치러낸 여전사들은 녹초가 됐다. 오후에도 쉬지 않았다. 윤덕여 감독, 정성천 코치의 지도에 따라 가벼운 러닝과 볼 돌리기, 8대8 미니게임으로 1시간 20분 정도를 훈련했다. 윤 감독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역시 체력이다. 아시안컵에서 확인한 대로 결국 마지막 순간, 한발 더 뛰는 체력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광저우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여자대표팀은 안방에서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삼고 있다. 지난달 21일, 남자대표팀보다 열흘 빨리 소집돼, 3주 넘게 합숙하며 조직력, 체력을 한꺼번에 끌어올렸다. 윤 감독은 "대표팀을 맡은 이후 이렇게 오랜 기간 합숙훈련을 한 적은 처음이다. 협회와 WK-리그의 배려에 감사한다. 체력적, 전술적인 부분이 이제 90% 정도 완성됐다. 최고의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정설빈, 전가을 등 공격수들의 컨디션이 아주 좋다. 임선주도 부상에서 회복했다. 전원 몸상태가 좋다. 스쿼드가 두텁지 않은 만큼 부상이 가장 큰 변수다. 부상없이 8강 이후 지소연이 합류하면, 전력이 극대화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남자대표팀 역시 평소처럼 유쾌한 분위기속에 훈련을 이어갔다. 훈련 직후 6시 남녀대표팀은 나란히 2대의 버스를 나눠타고 NFC 근처 고깃집으로 이동했다. NFC 조리장들도 이날 만큼은 명절을 쇠기 위해 고향으로 떠났다. '구내식당'이 문을 닫는 만큼 추석 저녁은 '특식' 고기 파티였다. 오리고기, 돼지갈비 등 테이블마다 주문이 폭주했다. 추석에 하루 2번, 살인적인 훈련을 치러낸 여자선수들이 놀라운 먹성(?)을 과시했다. 추가주문이 들어갈 때마다 윤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이 '허허' 웃었다. 여자대표팀 엔트리는 18명, 남자대표팀은 23명이다. 계산서를 확인해 보니 5명이 더 많은 남자대표팀의 식대가 겨우 '10만원' 더 많았다. 김세인 대한축구협회 대리가 "우리선수들이 남자선수들과 거의 비슷하게 먹은 거라고 보시면 될 것"이라며 웃었다.
파주에서 성묘를 마치고 식당에 들른 귀성객들은 남녀 대표팀을 보자마자 환호했다. 이운재 아시안게임 남자대표팀 골키퍼 코치의 모습에 반색하더니, 박주호, 김신욱, 김승규 등을 향한 사인 공세, 사진촬영 요청이 이어졌다. 선수들은 활짝 웃는 얼굴로 팬들의 요청에 응했다. 이날 고기 만찬의 마무리는 최고급 아이스크림이었다. '슈퍼문'이 휘영청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 남녀 대표팀이 식당 앞에 선 채 아이스크림 디저트를 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이광종 감독과 윤덕여 감독도 이야기를 나누며 '망중한'을 즐겼다. 곧이어 버스에 탑승한 선수들은 우루과이전이 열리는 고양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뜨거운 훈련, 든든한 만찬, A매치 관전까지,보름달처럼 꽉찬 추석을 보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