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이청용(26·볼턴)은 한국축구 공격의 간판이었다.
이견이 없었다. 어느 지도자도 그에게는 물음표를 달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월드컵은 아팠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에서 2골을 터트리며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이끈 주역이었다. 기대는 더 컸다. 그러나 남아공의 이청용은 존재하지 않았다. 측면과 중앙을 넘나드는 창조적인 플레이, 화려한 발재간을 앞세운 개인기와 스피드, 반박자 빠른 패스는 없었다. 컨디션 관리에 실패했다. 브라질의 낯선 환경과 궁합이 맞지 않았다. 피로누적으로 인한 더딘 회복 속도에 맥을 못 췄다.
그 사이 한국축구의 중심은 손흥민(레버쿠젠)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한국축구에는 여전히 그가 필요하다. 이청용은 여전히 상대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개인능력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는 리더십과 팀플레이 능력을 갖고 있다. 5일 베네수엘라전이 이를 증명했다. 이청용은 주연에서 조연으로 탈바꿈했다. 이청용은 중앙과 오른쪽을 넘나들며 부활을 노리는 한국축구를 이끌었다. 현란한 플레이는 없었지만, 적재적소에 볼을 배급하고 과감히 공간을 침투했다. 캡틴 완장에 어울리는 리더십도 보였다. 골이 터지면 환한 모습으로 가장 먼저 축하해 준 것이 이청용이었다.
새로운 한국축구에는 새로운 구심점이 필요하다. 이청용이 중책을 맡았다. 5일 베네수엘라전에서 성공적인 첫 발을 뗐다. 울리 슈틸리케 신임 A대표팀 감독이 지켜보는 8일 우루과이전은 더 중요한 경기다. 이청용은 베네수엘레전에서 맡았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대신 본래 포지션은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다시 주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다. 정확히 브라질월드컵 전에 보여준 모습을 다시 보여주기만 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감독 밑에서도 그는 중심에 설 수 있다. 이청용의 발끝을 주목해보자.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