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전술적 실험이다. A대표팀이 변형 스리백을 들고 나온 것은 조광래호 이후 3년 만이다. 변형 스리백의 핵심은 '포어 리베로'다. 스리백 가운데 중앙에 있는 수비수가 경기 중 자유롭게 수비진과 미드필더를 오간다. 포어 리베로 시스템은 잘 구현되면 강력한 수비력과 날카로운 역습을 동시에 갖출 수 있다.
조광래 감독은 당시 이정수와 조용형에게 임무를 맡겼다. '포어 리베로' 시스템이 잘 가동된다면 세계 강호를 상대로도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 하지만 당시 포어 리베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들은 중앙 수비수들이다. 수비적인 역할을 잘 소화했다. 문제는 중원에서였다. 키핑력에 한계를 보였다. 중원으로 치고 올라갔을 때 상대 미드필더들의 압박에 취약했다. 중원에서의 패싱 전개도 원할하지 않았다. 아쉬운 실패였다.
이후 최강희 감독과 홍명보 감독은 '포어 리베로'를 가동하지 않았다. 최 감독으로서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을 치르기 때문에 '포어 리베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홍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홍 감독으로서는 조직력이 떨어지는 '포어 리베로' 보다는 안정적인 전형이 필요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대표팀을 중심으로 '점유율 극대화'의 축구를 구사했다.
반면 우루과이전은 전술 실험을 하기에 가장 좋은 기회다. 일단 아무런 부담이 없다. 한국에게 우루과이전은 지더라도 잃을 것이 없는 경기다. 울리 슈틸리케 신임 A대표팀 감독도 지켜보는 경기다. 새 감독 앞에서 새로운 전형을 시험해보는 것도 좋다. 여기에 적임자도 있다. 기성용이다. 기성용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주포지션이다. 키핑력이 좋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알아주는 키핑력을 자랑한다. 여기에 중앙 수비수도 가능하다. 2007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중앙 수비수로 뛰었다. 스완지시티에서도 중앙 수비수로 경기에 나선 적이 있다. 신태용 코치도 우루과이전을 하루 앞둔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마지막 훈련에서 기성용을 '포어 리베로'로 배치했다. 신 코치는 "변형된 스리백을 연습했다. 고정적인 전형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기성용에 대해서는 "역할이 크다. 생소할 수도 있다. 일단 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던 것을 생각하면 잘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해볼만한 실험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