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고 했다.
축구팬들은 행복하다. 어느 해보다 풍성한 '황금 중추절'이다. 해외와 국내에서 뛰는 최고의 선수들이 안방에서 A매치 2연전을 벌인다. 상대도 축구 본고장인 유럽과 쌍벽을 이루는 남미라 매력적이다. 태극전사들은 연휴가 시작되는 5일 오후 8시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베네수엘라, 추석인 8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우루과이와 친선경기를 벌인다.
1무2패를 기록, H조 최하위로 마감한 2014년 브라질월드컵의 아픔을 이젠 지워야 할 때다. 2015년 호주아시아컵과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향해 다시 불씨를 지펴야 한다. 팬들은 더 이상 무기력한 경기를 원하지 않는다. 승패를 떠나 후회없는 열정적인 승부를 바라고 있다.
새로운 출발선, 스토리가 넘친다. '맏형' 이동국(35·전북)과 '막내' 손흥민(22·레버쿠젠)의 '태극 이중창'이 단연 눈길을 끈다. 둘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것은 지난해 6월 18일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최종전 이란전(0대1 패) 이후 15개월 만이다. 손흥민은 자리를 지켰지만, 이동국이 없었다.
추석 연휴 둘의 사연은 더 특별하다. 35세의 대표 선수 이동국에게는 환희의 무대다. 무려 16년 전이었다. 당시 19세였던 그는 1998년 5월 16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자메이카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영욕의 세월을 보냈고, 마침내 그 문에 도달했다. 선발 출전이 예상되는 베네수엘라전에서 대기록을 수립한다.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 가입이다. 그는 현재 A매치 99경기 출전(30골)을 기록 중이다. 1경기만 남았다. 차범근 홍명보 황선홍 유상철 김태영 이운재 이영표 박지성에 이어 9번째로 센추리클럽을 달성한다.
베네수엘라에 이어 우루과이전은 갚아야 할 빚이 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전이었다. 후반 41분 운명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박지성의 기막힌 스루패스를 받은 그의 앞에는 상대 골키퍼 뿐이었다. 골망을 흔들면 2-2 동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극적인 반전은 없었다. 그의 발을 떠난 볼은 골키퍼에게 살포시 안겼다. 12년 만에 컴백한 월드컵 무대는 다시 상처로 남았다. 1998년 프랑스 대회를 통해 월드컵에 데뷔한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선 낙마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의 경우 부동의 원톱으로 확고한 위치를 선점했다. 그러나 개막을 불과 60여일 앞두고 K-리그 경기 도중 불의의 부상으로 쓰러졌다. 오른무릎 전방십자인대 수술로 결국 날개를 접었다.
두 차례의 월드컵에서 뛴 그의 출전 시간은 51분에 불과했다. 우루과이전 직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아쉽다. 결정적인 기회도 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이 시간을 위해 땀을 흘렸는데 허무하다. 내가 생각한 월드컵은 아니다. 이것 때문에 여기까지 왔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말한 후 고개를 숙였다.
우루과이와 다시 만난다. "현역 은퇴까지 대표팀 은퇴는 없다"고 했던 이동국이다. 그 한도 풀어야 한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간판 공격수로 떠올랐다. 이동국과는 열 세살 차다. 예전의 손흥민이 아니다. 브라질에서 월드컵에 데뷔한 그는 이제 한껏 여유가 묻어난다. 미소가 떠나지 않을 만큼 자신감도 넘친다. 출발도 좋다. 2014~2015시즌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1라운드에서 시즌 첫 골을 신고한 그는 유럽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5경기에서 3골을 터트렸다. 이동국과 호흡하는 무대라 그도 기대가 크다. 그는 "동국이 형과 오랜만에 같이 뛴다. 형이 좋은 경기력으로 멋지게 100경기를 채웠으면 좋겠다. 멋진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 팀이 형에게 맞춰야 한다. 나도 좋은 100경기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노력하겠다"며 웃었다.
이동국도 "손흥민이 확실이 예년보다 더 여유가 많아졌다. 많이 기대된다. 나이를 떠나서 운동장에서 실력으로 호흡 잘 맞춰야 한다. 운동장은 내 나이를 잃어버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29위, 우루과이는 7위다. 한국은 57위다. 한국 축구는 반전을 기도하고 있다. 골과 가장 가까운 이동국과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키를 쥐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