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버려뒀던 농구공을 다시 잡고 싶어 손수 편지를 써서 구단에 보낸 선수가 있다.
SK 나이츠의 한상웅(29)이 편지의 주인공이다. 지난 2010년 은퇴를 했던 한상웅은 지난해 다시 SK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5월 A4용지 한장 반의 긴 편지를 써서 SK의 장지탁 사무국장과 문경은 감독에게 보냈던 것. 편지에는 "어릴 때 너무 철이 없었다. 다시 기회가 오면 열심히 하겠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상웅의 진심어린 편지에 문 감독은 그를 2군 드래프트를 통해 다시 받아들였고 2군에서 열심히 농구만 한 한상웅은 2군이 없어진 이번시즌에도 살아남아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한상웅은 지난 2005년 드래프트에서 방성윤 김효범에 이어 전체 3순위로 SK 나이츠 유니폼을 입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상웅은 1m80의 키에 덩크슛이 가능할 정도로 탄력이 좋았고 개인기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입단 이후 그를 보기가 쉽지 않았다. 조직적인 한국 농구 적응에 실패한 것. 2010년 농구를 그만뒀다. 한동안 농구를 보지도 않았다고.
그러다가 우연히 친구 때문에 동아리 농구를 하게 됐는데 그때 다시 농구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한국 농구와의 문화적인 차이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을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했다는 후회로 돌아왔다. "농구가 재밌어지니까 그만둔 것이 후회가 됐다"는 한상웅은 "아내가 다시 해보라고 용기를 줬다"라고 했다. 아내 함민희씨는 농구를 다시 하고 싶어하는 남편을 보고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다시 도전해서 실패하는 게 낫다"라며 주저하던 남편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 다시 농구를 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미국은 에이전트가 있어 그가 구단에 얘기라도 해줄 수 있지만 한국은 그러지 않아 갈 수 있는 길이 없어 답답했다"는 한상웅이 생각한 것은 편지였다. 친정팀인 SK에 쓴 편지엔 절실함이 녹아들었고, 2군 드래프트를 통해 3년만에 다시 SK 선수가 됐다. 2군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시즌 막판엔 1군에 올라가 선발로 뛰어보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다시 위기가 왔다. 2군 제도가 폐지된 것. 1군 선수로 계약을 못하게 되면 그의 재도전은 아쉽게 접어야 할 수도 있었다. 한상웅은 당시를 회상하며 "1년을 뛰었으니 구단이 어떤 결정을 하든 후회 안하겠다. SK에서 1군 안되된 은퇴를 할 생각을 했었다"라고 했다. SK와의 의리를 지키겠다는 것. 다행히 문 감독이 누구보다 열심히 뛰는 한상웅을 데리고 가기로 했고 한상웅은 이번 어바인 전훈까지 오게 됐다.
미국 오기 3주전 대학팀과의 연습경기서 자신의 부주의로 오른쪽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해 현재 상태가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다. 하지만 선두들과 함께 농구를 하는 것에 감사하면서 그 좋은 농구를 계속하기 위해 훈련에 게으름은 없다.
"코트 안과 밖에서 팀이 원하는 내 역할에 충시라는게 목표"라고 평범한 답을 낸 한상웅은 곧이어 숨겨논 개인적 목표를 말했다. "프로 농구 선수로 1경기에 10개 이상 어시스트를 해보고 싶다"는 한상웅은 "우승도 꼭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어바인(미국 캘리포니아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