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인구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사실 공인구가 논란이 된 것 자체가 넌센스다. 경찰이 최근 프로야구 공인구 업체와 구단에 대한 수사를 들어갔다. 뭐가 문제일까. 얘기들을 들어봤다.
▶"어떤 팀 공은 물렁물렁하다"
한국 프로야구는 현재 4개 회사의 공을 공인구로 쓰고 있다. 스카이라인과 빅라인, ILB, 하드스포츠 공을 10개 구단이 사용하고 있다.
비슷해보이지만 프로야구 현장에서는 공마다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투수들은 A업체 공의 경우 실밥이 덜 튀어나왔고, 가죽이 더 미끄럽다는 이야기를 한다. 또 타자들은 특정업체 공이 때리면 쭉쭉 뻗어나간다고 증언한다. 공인구가 경기 흐름에 주요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지도자는 "타자들이 B구장 원정만 가면 공이 안나간다고 하소연을 하더라. 처음에는 핑계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 팀이 사용하는 시합구를 잡아보니 정말 공이 물렁물렁하더라. 핑계가 아니었다"고 했다.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이 공인구에 관한 일화를 들려줬다. 지난해 예선 탈락의 악몽을 경험한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투수코치로 활약했던 양 감독은 "국내 리그에서 선수들이 담장을 뻥뻥 넘겼는데, 공식경기에서는 펜스 앞에서 잡히는 타구가 속출했다. 대회 공인구가 생각보다 뻗어나가지 않았다. 선수들이 자기도 모르게 타격할 때 힘을 쓰고, 이 때문에 밸런스가 무너져 타격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한국 프로야구, 공인구 단일화 할 수 있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5 시즌부터 공인구를 단일화 하겠다고 선언했다. 야구장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잡음을 확실히 제거하기 위해서다. 이번 수사도 특정업체를 망가뜨리기 위해 경쟁업체가 경찰에 투서를 넣으면서 시작됐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업체가 자사 공을 써달라고 구단에 뇌물을 뿌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공인구를 만드는 것이다. 타자들이 쳤을 때, 쭉 뻗어나가는 공이 타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반발계수를 높이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문제는 공인구 단일화 작업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느냐다. KBO는 두 가지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첫째, KBO가 주체가 돼 공인구를 만드는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처럼 중국 공장에 하청을 주고 동일한 공을 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리그 운영만으로도 벅찬 KBO가 공인구까지 끌어안을 여력이 있는지가 궁금하다. 품질이 좋은 공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국내업체가 있는데, 해외 공을 가져다가 쓰기도 어렵다.
공인구를 공급하는 4개 회사 중 1개사를 선정하는 게 두 번째 방법이다. 하지만 이 경우 잡음이 나올 수 있다. 독점적인 지위를 얻기 위한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 또, 국내 공 제작 현실상 1개사가 충분한 공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지도 의문이다. 당장 시설, 인력을 확충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과연, 공인구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정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