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2·레버쿠젠)의 첫 세계무대 도전은 눈물이었다.
청운의 꿈을 품고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평정한 실력으로 세계 무대로 발돋움 하고자 했다. 그러나 팀 패배 속에 무너졌다. 알제리와의 본선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생애 첫 월드컵 득점포를 쏘아 올렸다. 그러나 2대4 참패에 허망한 눈물을 뿌렸다. 이어진 벨기에전에서도 0대1로 패하자 손흥민은 어린아이처럼 통곡하며 회한의 감정을 드러냈다. 벨기에전 직후 취재진 앞에 선 손흥민은 "막내인데 제 몫을 못했다. 형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 많이 아쉽다"고 울먹였다.
더 이상의 눈물은 없었다. 손흥민은 5일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에 선발로 나서 전후반 90분을 뛰면서 한국의 3대1 쾌승에 일조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손흥민은 전반 13분 호쾌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포문을 열었다. 전반 46분과 후반 20분, 26분에도 잇달아 득점을 노리는 등 쾌조의 몸놀림을 선보이며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뽐냈다.
손흥민은 경기 후 "브라질월드컵 뒤 첫 경기였다. 많은 팬들의 응원 속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었다. 내가 골을 넣진 못했지만, (이)동국이형이 100번째 A매치서 득점을 해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탈락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눈물을 흘렸던 손흥민은 이날 밝은 표정으로 아쉬움을 완전히 털어냈음을 밝혔다. 그는 "지금도 울어야 되느냐"고 농담을 던지면서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아쉬움이 컸다. 이후 첫 경기에서 처졌던 분위기를 다시 살려 너무 좋다"고 말했다. 또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팬들이 응원을 해주셨다. 아직 한국 축구를 사랑하시는 마음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우루과이전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독일에 돌아가서 더 열심히 노력해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싶다"는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이날 경기에 대해선 "전반적인 경기 내용은 좋았다"며 "전반전 (김)진현이형이 실수를 했는데, 본인도 황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실수로 팀은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고 본다. 안방에서 허무하게 질 수 없었다. 신태용 코치의 공격적인 전술도 한 몫을 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날 손흥민은 후반 12분 이동국이 헤딩 역전골을 터뜨리자 축구화를 닦는 재치넘치는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에 대해 이동국은 "머리로 골을 넣었는데 발을 내밀라고 해 당황했다"고 웃음을 보였다. 손흥민도 "미리 준비를 하지 못했는데, 존경심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경기 전 '형님, 100번째 경기인 만큼 축포를 터뜨리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내가 득점을 하진 못했지만 동국이형의 골이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멋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대한축구협회는 베네수엘라전에 앞서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유창한 독일어를 구사하는 손흥민은 슈틸리케 감독과의 소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해 손흥민은 "언론을 통해 새 감독님 선임 사실을 들었다"며 "새로운 분위기와 환경,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빨리 팀에 오셔서 이끌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부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