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포수 최경철의 자유형 슬라이딩이 두산 베어스를 '멘붕'에 빠뜨렸다.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꿔버린 플레이였다.
양팀의 경기가 열린 5일 잠실구장. 3-2로 앞서던 LG의 6회말 공격. 최경철은 1사 1루주자로 나갔다. 이어진 손주인의 중전안타. 발이 느린 최경철은 2루에 그대로 멈춰서는 듯 하다 두산 중견수 정수빈이 방심하는 순간을 틈타 냅다 3루까지 뛰었다. 하지만 정수빈은 프로야구 최고의 강견 외야수. 3루로 단번에 공을 뿌렸다. 타이밍은 아웃. 그런데 최경철이 마치 수영 자유형을 하듯 왼팔을 올려 3루수 허경민의 태그를 피했다. 그리고 오른팔을 쭉 뻗어 3루 베이스를 터치했다. 허경민도 공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하고 공이 빠지자 오른 맨손으로 공을잡아 끝까지 태그를 시도했다.
일단 3루심 오훈규 심판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계속해서 허리를 숙이고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허경민이 펄펄 날뛰며 덕아웃쪽으로 손가락 사인을 보냈다. 송일수 감독이 곧바로 뛰어나와 합의 판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확실히 최경철의 손이 빨랐다. 결국 최종 세이프 판정이 내려졌다. 최경철이 3루에서 혼전을 벌이고 있는 사이 손주인은 2루까지 진루했다. 최경철의 재치있는 주루플레이 하나로 LG는 찬스를 잡은 뒤 박용택의 2타점 적시타로 3-2 스코어를 5-2로 벌린데다 상대 합의 판정 기회까지 날리게 했다. 또, 이 상황으로 두산 선발 마야가 강판됐다. 4위 싸움을 놓고 벌이는 중요한 일전, 이 작은 플레이 하나가 경기 흐름을 바꿨다.
LG는 '슈퍼소닉'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이대형을 KIA 타이거즈로 떠나보냈다. LG 팬들은 속도만 놓고 보면 이대형과 비교할 수 없지만, 느린 걸음으로도 매순간 혼신의 주루 플레이를 하는 최경철에게 새롭게 '슈퍼소닉'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신 슈퍼소닉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