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이력 중 눈에 띄는 게 독일 유소년 대표팀 감독 재임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로2000 뒤 독일 유스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에리히 리벡 감독과 대회기간 중 의견충돌을 일으켜 사임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독일축구협회는 현역시절 유럽 최정상급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그의 재능을 유소년 개발에 활용하기로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당시 침체일로를 걷던 독일 축구의 미래를 책임지는 유스팀 감독으로 6년을 재임하면서 위르겐 클린스만, 요아킴 뢰브 감독이 반전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일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스팀 재임 시절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2회 출전했다. 첫 도전이었던 2001년 아르헨티나 대회에서는 8강에 오르면서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2003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지금의 독일 대표팀은 유스 기반으로 성장한 선수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독일 축구계는 심각한 재목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때였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저메인 존스(2001년)와 로베르트 후트, 피오트르 트로초프스키(이상 2003년) 등 미래의 재목들을 발굴했다.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를 둔 존스의 발탁은 당시 순혈주의를 고집하던 독일 축구계에 파격적인 발탁으로 주목을 받았다. 존스는 이 대회 활약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2008년 독일 대표팀에 발탁되기에 이르렀다. 폴란드 이민자 집안 출신이었던 트로초프스키 역시 뮌헨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으나 함부르크와 세비야의 주축으로 활약하면서 독일 대표로 성장했다. 첼시와 미들즈브러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후트는 2009년 스토크시티로 이적한 뒤 주축 선수로 거듭났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