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K 와이번스의 좌완 김광현(26)이 등판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이 경기장을 찾는다. 4일 SK-롯데전이 벌어진 인천 문학구장에도 텍사스 레인저스와 캔자스시티 로열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관계자가 모습을 나타냈다. 이번 시즌에 김광현의 피칭을 현장에서 점검한 메이저리그 팀이 20개 정도 된다. 김광현은 넥센 히어로즈 강정호와 함께 이번 시즌을 마치고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김광현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구단 동의하에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김광현은 2007년에 SK에 입단해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SK는 합당한 오퍼를 받을 경우 김광현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돕겠다는 입장이다.
지금 상황에서 김광현의 거취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분위기는 좋은 쪽이다. 김광현의 최근 피칭이 매우 안정적이었다. 또 홈에서 벌어지는 아시안게임 우승 가능성도 높다.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놓치면 김광현은 2015시즌을 마쳐야 해외진출 자격을 갖춘다.
김광현은 4일 인천 롯데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김광현은 3-1로 앞선 7회부터 마운드를 전유수에게 넘겼다.
김광현은 6회 롯데 손아섭에게 솔로 홈런(시즌 13호)을 맞은 게 유일한 실점이었다. 6회 1사 만루로 추가 실점의 위기를 맞았지만 막아냈다. 후속 투수가 동점을 허용해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김광현의 공은 위력적이었다. 6회 약간 흔들린 걸 빼면 탄성이 나올 정도였다. 삼진을 10개나 잡았다. 롯데 타자들을 구위로 제압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53㎞까지 찍었다. 김광현의 약점인 제구가 마음먹은대로 됐다. 스트라이크존 상하좌우 구석을 파고들었다. 눈에 띄는 실투는 손아섭에게 맞은 홈런 피칭이었다. 또 특히 변화구(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롯데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커브의 최저 구속은 110㎞였다. 최고와 최저 구속 차이가 40㎞나 됐다. 완급 조절을 매우 잘 했다.
메이저리그에선 김광현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까.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에선 김광현을 중간 불펜 자원으로 평가한다. 어깨 부상으로 인한 공백에 의문을 달고 있다. 반면 김광현이 후반기에 보여준 피칭이라면 메이저리그 선발 로테이션 진입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모든 조건이 충족될 경우 김광현은 시즌 종료 후 2012년 말 류현진처럼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게 된다. 류현진의 당시 소속팀 한화 이글스는 최고액인 2573만달러(약 260억원)를 제시한 LA 다저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시 국내 야구인은 다저스의 포스팅 금액이 공개됐을 때 모두 놀랐다. 예상을 뛰어넘는 고액이었다. 따라서 김광현도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을 넘어서기는 어렵겠지만 미리 과소 평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선발 투수가 아닌 불펜 투수로 평가받는다면 포스팅 금액은 높기 어렵다. 인천=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