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다. 국민의 다수가 긴 연휴를 앞두고 마음이 약간씩 들떠 있다. 대다수가 가족을 만나 휴식을 취할 때도 프로야구는 페넌트레이스 일정을 소화한다. 그것도 피말리는 막판 순위 싸움을 한다. 프로야구인들에게 추석은 마냥 즐거울 수 없다. 승패에 따라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이번 추석 연휴에 누가 웃고, 누가 고개를 떨구게 될까.
▶모두가 웃을 수는 없다
추석연휴는 6일 시작해 10일까지다. 이 기간 동안 프로야구는 팀당 최대 4경기에서 최소 2경기씩 치른다.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가 앞뒤로 한번씩 휴식을 취해서 7팀 보다 2경기를 적게 한다.
선두 삼성은 인천아시안게임 휴식기 이전에 1위를 굳히고 싶어했지만 최근 연패로 사실상 그게 어렵게 됐다. 류중일 감독은 욕심을 부리는 것 보다 안정적으로 1위를 지키는 걸 선택했다. 삼성은 9~10일 NC 다이노스 원정에 나선다. 투타 동반 부진에 빠졌지만 타선의 집중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밴덴헐크 장원삼 윤성환 배영수 마틴 선발 5명의 구위가 동시에 떨어지고 있는 건 걱정거리다.
넥센 히어로즈는 사실상 2위를 굳혔고 삼성이 계속 흔들릴 경우 1위까지 넘볼 수 있다. 넥센은 롯데 자이언츠(6~7일), 한화 이글스(9~10일)와 맞붙는다. 넥센은 두팀을 상대로 이번 시즌 각각 9승3패, 9승5패로 절대 우위를 보였다. 4경기에서 승률 5할 이상을 할 가능성이 높다.
3위 NC는 KIA 타이거즈(6~7일), 삼성(9~10일)과 4경기를 치른다. NC는 올해 KIA에는 10승4패로 절대 우위를 지켰다. 하지만 삼성에는 2승1무9패. 이번 삼성과의 홈경기가 만회할 수는 기회인 건 맞다.
삼성 넥센 NC는 그래도 여유가 있는 편에 속한다. 4위 LG 트윈스부터는 매경기가 전력을 쏟아야 하는 결승전이다. LG는 한화 이글스, KIA와 두 경기씩을 벌인다. LG는 올해 유독 한화에 고전했다. 7승7패. 최근 한화 타선이 물이 올라서 LG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KIA도 승리가 급박한 상황이라 LG의 발목을 잡아야 할 처지다.
LG를 넘어야 4위가 되는 두산은 SK 와이번스와 2경기를 한다. 그리고 8~10일까지 연휴를 즐길 수 있다. 따라서 두산은 SK전 결과가 3일 동안의 휴식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다. 두산은 6~7일 잠실 SK전에 모든 걸 쏟아부을 예정이다.
롯데는 넥센(6~7일) SK(9~10일)와 차례로 만난다. 목동 넥센전이 관건이다. 올해 넥센에 3승9패로 열세다. SK에는 8승4패로 우세.
SK는 두산, 롯데와 4경기를 치른다. 롯데와 SK는 3일 현재 공동 6위로 같은 입장이다. 두 팀은 4위 LG를 끌어내리기 위해선 긴 연승이 필요하다. 5할 승률로는 부족하다. 연승을 위해서 서로를 잡고 타넘어야 한다. 친한 친구 사이인 김시진 감독(롯데)과 이만수 감독(SK)은 우정은 잠시 접고 살기 위해 지략대결을 펼쳐야 한다.
KIA는 까다로운 NC(4승10패) LG(5승8패)와 4경기를 갖는다. 한화는 LG(7승7패) 넥센(5승9패)을 상대한다. 최근 경기력이 몰라보기 좋아진 한화가 LG의 발목을 잡을 경우 4위 싸움은 다시 요동칠 수 있다. 최하위 자리의 얼굴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제부터 사령탑의 진짜 실력을 볼 수 있다
2014시즌 국내프로야구 페넌트레이는 이제 정말 손가락으로 카운트다운을 해도 될 정도로 얼마 남지 않았다. 팀별로 20경기 내외로 남았다. 이번 추석 연휴가 끝나고 나면 10경기대로 준다. 그런데 아직 막판 순위 싸움이 한창이다. 4위 싸움은 한달째 안개에 가려져 있고, 최근엔 삼성이 주춤하면서 1위 자리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감독들의 용병술을 평가할 수있는 적기라고 말한다.
야구판에서 감독이 실질적으로 경기 승패에 영향을 주는 경기는 한 시즌에 10경기 안팎이라고 말한다. 이건 과학적으로 검증된 수치는 아니다. 감독이 작전을 내고 경기를 총괄하지만 결국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어떤 플레이를 하느냐가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지만 감독이 경기 승패에 큰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게 지금과 같은 치열한 순위 싸움이 벌어질 때다. 또 가을야구 같은 단기전에서다. 매 경기가 결승전 같은 상황에선 감독의 모든 선택과 결정이 승패와 직관돼 있다. 요즘의 한 경기는 페넌트레이스 초중반의 한 경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4위 싸움에 사활을 건 이만수 감독은 "우리는 현재 김광현 밴와트 둘로 버티고 있다. 그래서 이 두 선수가 등판한 경기에서 지면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코치들에게 둘을 활용한 최적의 투수 운영 방안을 짜오라는 주문을 했다"고 말했다. SK는 윤희상(손가락) 울프(개인사정으로 귀국) 등의 공백으로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진 상황이다.
4위를 사수해야 하는 LG 양상문 감독은 연패만 피하고 승률 5할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사령탑들의 공통된 바람은 연패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4위 LG부터 9위 한화까지는 연패는 곧 추락을 의미한다. 반대로 긴 연승은 순위 상승의 지름길이다.
LG부터 한화까지 중하위 6팀은 비슷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타고투저 현상 속에서 선발 투수들의 힘이 떨어졌고, 그로 인해 불펜에 이미 과부하가 걸린 팀들이 많다. 또 믿을 만한 선발 투수 4~5명을 갖춘 팀이 없다. 따라서 5연승 이상의 긴 연승을 기록하기가 쉽지 않다. 나눠먹기식의 승률 5할로는 순위 변동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연승과 연패 팀이 나오지 않을 경우 4위 대혼전은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에도 계속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력차가 크지 않은 팀들 간의 대혼전 상황에선 사령탑의 투수 교체 시기, 대주자 또는 대타 투입 시점 그리고 심판 합의판정 요청, 심판 판정 항의 등이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