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네이터' 차두리(34·서울)가 돌아왔다.
3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 후배가 실수를 하면 "괜찮아"라며 큰 목소리로 독려했다. 수비라인을 조율할 때는 압박을 위해 "업, 업(Up)"을 외쳤다. 투지에는 나이가 없었다. 훈련이 곧 실전이었다. 과감한 태클과 특유의 저돌적인 돌파, 욕심을 버린 플레이에 신태용 A대표팀 코치는 "두리 좋아"를 연발했다.
먼 길을 돌아 제자리를 잡았다. '해피 바이러스' 차두리의 복귀에 A대표팀이 달라졌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이동국(35·전북)에 이어 팀내 '서열 2위'다. 그는 2001년 11월 8일 세네갈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등 두 차례 월드컵 무대를 누볐다. 4강 기적과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일궈냈다. 마지막 A매치는 2011년 11월 15일 레바논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이었다. 올해 3월 한 차례 기회가 있었다. 그리스 원정 평가전 명단에 포함됐다. 그러나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을 다쳐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다.
최고참 이동국부터 막내 손흥민(22·레버쿠젠)까지 그의 경계는 없다. 한 살 차이인 이동국과는 설명이 필요없다. '띠동갑'인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 후배다. 기성용(25·스완지시티) 이청용(26·볼턴) 등과는 남아공에서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다. 기성용은 스코틀랜드 셀틱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다. 해외파 태극전사들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든든한 응원군이다. 지난해 K-리그에 둥지를 튼 그는 국내파와도 벽이 없다.
이렇다보니 차두리가 구심점이다. 해맑은 미소와 거침없는 장난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손흥민마저 차두리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얼굴을 제대로 쳐다도 못봤다. 아시안컵(카타르·2011년)에선 B팀에서 훈련하면서 징징거리더니…. 이제는 기다리게도 하더라. 어깨도 핀 모습이 보기가 좋더라. 많이 변했지만 한국 축구에는 좋은 점이다." 차두리의 행복이었다.
색깔도 명확했다. 후배들과 어울릴 때와 자신의 현주소를 바라보는 시각은 또 달랐다. 베테랑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10년이 넘는 세월이 빚은 오늘이었다. 그는 그라운드에서의 천진난만한 표정과는 달리 인터뷰가 시작되자 "많이 어색하다. 아직도 내가 여기 와도 되는 자리인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존재감은 특별했다. 후배들을 바라보는 눈빛은 사랑스러웠다. 차두리는 "나도 해외에 있다가 대표팀에 차출된 적이 있다. 소속팀에서 잘 할때도 있었고, 못 할때도 있었다. 지금(손)흥민이를 보면 당당하고, 거침이 없다. 반면 소속팀에서 저조한 선수들은 눈빛부터 다르다. 그들에게 다가가 한마디 더 하고 챙겨주고 싶은 것이 선배의 마음이다. 대표팀에 들어온 것은 한국 축구 최고의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감을 가지면 분명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자신에 대해서는 가혹했다. 그는 "고참은 경기력이 안되면 결국 팀에는 짐이다. 경기장 안에서 100%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선수 생활의 기로에 서 있다. 올시즌을 끝으로 서울과 계약이 끝난다. 현역과 은퇴의 경계선에 서 있다. 시즌은 12월 종료되고, 호주아시안컵은 내년 1월 열린다. "태극마크는 큰 선물이다. 소속팀에서 열심히 해서 좋은 경기력을 인정받아 파주에 다시 오게됐다. 하지만 태극마크가 선수 생활 연장에 동기부여가 될 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이번에 선물받은 것을 제대로 돌려주고 싶다."
차두리는 베네수엘라(5일·부천종합운동장), 우루과이(8일·고양종합운동장)와의 A매치 2연전에 출격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서른 넷 차두리가 그랬다. 파주=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