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손흥민(22·레버쿠젠)의 시대다.
1무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2014년 브라질월드컵의 키워드는 손흥민이었다. 알제리와의 2차전에선 2대4로 완패했지만 그는 추격골을 터트리며 투혼을 발휘했다.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최종전 후 흘린 뜨거운 눈물은 새로운 한국 축구의 희망이었다. 팬들도 손흥민을 향해서는 엄지를 세웠다.
새 시즌이 시작됐다. 2014~2015시즌 초반 활약이 눈부시다.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1라운드에서 시즌 첫 골을 신고한 그는 유럽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5경기 3골의 상승세다.
"내가 최고 즐거운 것 같다." 5일 베네수엘라(부천), 8일 우루과이(고양)이와의 A매치 2연전을 위해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손흥민의 미소였다.
여전히 대표팀 막내다. "많은 형들이 합류해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줘 편하다. 사령탑이 없지만 어수선한 분위기가 안 생기게 잘 잡아준다. 후배 입장에서 훈련에 집중하는 데 더 편하다. 즐거움과 진지함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위상은 더 높아졌다. 기대치도 상승했다. 베네수엘라, 우루과이전은 브라질월드컵 후 벌어지는 첫 A매치다. 그가 꿈꾸는 새 태극마크는 진솔함이었다. 그는 '친선경기라서 동기 부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질문에 대해선 "전혀 그렇지 않다. 나에게는 친선경기도 너무 중요하다. 매경기를 정식 경기처럼 준비하는 것이 내 자세"라고 했다. 그리고 "월드컵 이후 처음 열리는 A매치다. 당연히 공격 축구를 하며 골도 넣고 싶다. 장담할 순 없지만 이기는 경기도 하고 싶다. 훈련 기간이 짧지만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3일 진행된 훈련에서 골을 넣을 때마다 세리머니를 펼쳐, 선배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연습도 실전이었다.
대선배에 대한 예우도 했다. A매치 99경기 출전한 이동국은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 가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는 "축구 선수라면 국가대표가 꿈이다. 나도 태극마크를 달고 100경기 이상 채우는 것이 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동국 선배는 몸관리를 잘한 점이 존경스럽다"며 "나도 더 분발해 나이가 들어도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동국 선배의 몸관리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도우미도 자청했다. "이동국 선배와 오랜만에 호흡한다. 좋은 경기력으로 멋지게 100경기를 채웠으면 좋겠다. 멋진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 팀이 선배에게 맞춰야 한다. 나도 좋은 100경기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노력하겠다"며 웃었다.
2010년 12월 30일 시리아와의 평가전에서 18세 175일의 나이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손흥민은 현재 A매치 28경기(7골)를 기록 중이다. 태극마크의 색깔은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파주=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