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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에겐 현실을 동화로 바꾸는 재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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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때문에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의 동명 원작 소설을 찾아봤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강동원이 연기한 대수가 무척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이 궁금증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돼 있다. 우선, 몹시 궁금할 정도로 매력적이란 의미. 또 하나는 원작과 싱크로율에 대한 의심이다. 조금 불편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강동원이 연기하는 철없는 아빠가 무척이나 낯설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여전히 '군도'의 비현실적 캐릭터인 조윤의 잔상이 남아있었던 것일까. 이런저런 궁금증을 품은 채 인터뷰를 시작했다.

"처음에 시나리오가 내게 들어왔던 것은 아니다. 영화에 대한 설명을 송혜교를 통해 들었고, 마침 다음 작품을 고르던 중에 이 작품을 보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재용 감독과도 작업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달라고 했다. 비행기 탈 때였는데, 읽는 내내 좋다고 느꼈다. 연속해서 2번을 읽고 1시간 동안 고민한 뒤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다."

1시간의 고민에 대해서도 부연설명했다. "시나리오는 너무 좋았다. 다만, 내가 잘할 수 있는지 역량을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 쪽에서도 '왜 시간이 걸렸냐'고 묻더라. 부족한 몇 프로를 채워준게 자신감이었고, 그 자신감을 완벽하게 돌아봐야 할 시간이 걸렸다."

꼼꼼한 성격이 드러났다. 강동원이라 하면 신비주의로 꽁꽁 둘러싸인 신화 속 주인공같다. 그래서 그에 대한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와 오랜 작업을 했던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지나칠 정도로 남에게 피해주는 것을 싫어하는 책임감 있는 성격이란다. 현장에서 꼼꼼하고, 욕심있는 그야말로 '모범생'이다. 오죽하면 함께 호흡을 맞춘 송혜교가 강동원의 연기 지적에 대해 언급했을까.

"철저해질 수밖에 없다. 나는 배우인데, 내 일을 지키기 위해서도 철저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래서 나쁜 일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고, 구설수에 오르고 싶지도 않았다. 딱히 대중들 앞에서 나대는 성격도 아니고. 그래서 못하는 것을 피하다보니 신비주의란 말도 붙여진 것 같다. 내게 주어진 일을 만족하지 못할 때, 스스로가 용납이 안되는 성격이다. 부족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내게는 너무 힘든 일이다."

불편했을 법한 질문을 던졌다. '대수가 완벽하게 이해되지 않았다'는 도발적 질문.

그 말에 역시나 그의 표정은 살짝 흔들렸다. 불쾌함이라기 보다는 '왜 이해되지 않지?'라는 궁금증을 품고 있었다. 그리곤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공익 근무를 할 때 아이가 아픈 분이 있었다. 보통 아이가 아프면 부모가 어떠할 것이라 상상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하지만 그 분같은 경우는 평소에 매우 밝았다. 아이가 아픈 것을 신경쓰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대하더라.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내가 상상했던 모습도 그랬다. 그 분을 시사회에 초대하고 싶었지만, 아직 모든 것을 내려놓지 못하겠다면서 거절하더라"고 설명했다. 강동원은 그 분이 이 작품을 보기를 원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말만으로도 그의 진정성 있는 연기의 가치는 충분했다.

누구나 숨기고 싶은 현실. 맞닥뜨려야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영화처럼 큰 화면으로 여러사람이 깔깔대는 곳이라면 더더욱 마주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강동원은 그에게 자신이 연기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자신이 풀어낸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자,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후 이재용 감독과 인터뷰 할 기회가 생겼다. 이재용 감독은 이 영화가 동화처럼 보이게 하고 싶다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 사고 쳐서 아이를 덜컥 가졌고, 그로 인해 자퇴를 하고, 막노동을 하며 살아가는데, 아이가 조로증까지 걸린 답답한 상황. 관객들이 이를 동화처럼 볼 수 있었던 이유는 강동원의 역할이 크다고 했다. 강동원에겐 외면하고 싶은 팍팍한 현실조차 동화로 바꾸는 재주가 있나보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