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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 2위' 차두리의 "고참은 경기력이 안되면 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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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미네이터' 차두리(34·서울)가 돌아왔다.

그는 2001년 11월 8일 세네갈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등 두 차례 월드컵 무대를 누볐다. 마지막 A매치는 2011년 11월 15일 레바논과의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이었다. 올해 3월 한 차례 기회가 있었다. 그리스 원정 평가전 명단에 포함됐다. 그러나 뜻밖의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을 다쳐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다.

돌고 돌아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그는 베네수엘라(5일·부천종합운동장), 우루과이(8일·고양종합운동장)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소집됐다. 2년 9개월만의 승선이었다.

차두리는 3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동국(35·전북)에 이어 팀내 '서열 2위'다. 10년이 넘는 세월은 말속에서도 묻어났다. 베테랑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그는 대표팀 복귀에 대해 "많이 어색하며"며 미소를 지은 후 "아직도 내가 여기 와도 되는 자리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이기는 경기, 질이 좋은 경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감독이 없다는 점에서 팀 분위기가 어수선할 수 있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90분동안 얼마만큼 열심히 뛰는가가 중요하다. 그 모습을 보여주면 팬들도 반가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두리는 올시즌 서울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FA컵 4강 진출을 이끌며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에 폭발적인 스피드가 여전하다. 그의 태극마크는 항상 환희로 가득찼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의 역사를 함께 했다. '해피 바이러스' 차두리의 존재와 경험이 위기의 대표팀에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후배들을 바라보는 눈빛은 사랑스러웠다. 차두리는 "나도 해외에 있다가 대표팀에 차출된 적이 있다. 소속팀에서 잘 할때도 있었고, 못 할때도 있었다. 지금(손)흥민이를 보면 당당하고, 거침이 없다. 반면 소속팀에서 저조한 선수들은 눈빛부터 다르다. 그들에게 다가가 한마디 더 하고 챙겨주고 싶은 것이 선배의 마음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표팀에 들어온 것은 한국 축구 최고의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감을 가지면 분명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자신에 대해서는 가혹했다. 그는 "고참은 경기력이 안되면 결국 팀에는 짐이다. 경기장 안에서 100%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차두리는 선수 생활의 기로에 서 있다. 올시즌을 끝으로 서울과 계약이 끝난다. 현역과 은퇴의 경계선에 서 있다. 시즌은 12월 종료되고, 호주아시안컵은 내년 1월 열린다. "태극마크는 큰 선물이다. 소속팀에서 열심히 좋은 경기력을 인정받아 파주에 다시 오게됐다. 하지만 태극마크가 선수 생활 연장에 동기부여가 될 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이번에 선물받은 것을 제대로 돌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차두리가 그랬다 파주=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