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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역할-재시작' 이동국을 향한 3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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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반응은 '존경'이었다. '역할'을 부탁하는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본인은 '다시 시작'을 말했다.

이동국(35·전북)이 2일 1년 2개월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훈련에 돌입했다. 2013년 6월 18일 이란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 이후 1년 2개월만에 A대표팀에 복귀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 그 자체였다. 1979년 4월 29일생인 이동국은 만으로 35세다. 공격수로는 환갑이 넘은 나이다. 최근의 활약을 보면 나이가 무색해진다. 8월 이후 열린 K-리그 클래식 5경기에서 4골을 몰아쳤다. 올 시즌 11골을 넣으며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북에서만 100호골을 넘겼다. 통산 165골로 K-리그 득점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6개의 도움으로 공동 2위에 올라있다. 최근에는 K-리그 통산 3번째로 60-60클럽(골과 도움 모두 60개 이상)에 가입했다.

소집 첫날 경기도 고양시 MVL호텔로 집결한 선수들은 모두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동국과 열세살 차이가 나는 손흥민(22·레버쿠젠)은 "리그에서 계속 득점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대단하다.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청용(26·볼턴) 역시 "내가 동국이 형 나이가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많은 나이에도 좋은 경기를 한다는 점을 본받고 싶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근호(29·상주)는 "동국이 형은 검사를 해봐야 한다"며 농을 던진 뒤 "나이를 잊은 것 같다. 이번에 비결이 뭔지 알아내야겠다"고 했다.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한국은 베테랑 부재의 문제를 뼈져리게 맛봤다. 9월 A매치에서 공석인 감독을 대신해 팀을 이끌게 된 신태용 코치(44)는 "이동국이 맏형인만큼 솔선수범으로 팀을 리드해야 한다. 동생들을 챙겨주면서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신 코치는 "노장과 신예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개개인 면담을 통해 하나로 뭉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참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표팀 내 '넘버2'인 차두리(34·서울)도 "동국이 형과 내가 굳이 말하기 전에 후배들이 알아서 잘하고 있다"면서 "후배들과 이야기하다보면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줘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동국 본인은 담담했다. 이동국은 "이렇게까지 오래할지 몰랐다. 오래하다보니 이런 날도 왔다. 앞으로 경기를 생각하면서 지난 시간을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 갖겠다"고 했다. 이동국은 이제까지 A매치 99경기에 나섰다. 1경기만 더 뒤면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에 가입한다. 한국에서 센추리클럽에 오른 선수는 8명 밖에 없다. 하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동국은 "이번 경기가 100번째 경기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다. 지난 99번과 마찬가지로 한 경기다. 운동장에서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했다. 이동국은 "'센추리 클럽 가입을 위해 이동국을 뽑자'거나 '마지막으로 은퇴식도 열어주자'는 등 얘기가 있었다. 그렇게 대표팀에 오고 싶지는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은퇴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님도 '너 실력으로 A매치 100번째 경기를 치르게 됐다'고 하더라.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고양=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