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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벌써6도움,통산50도움'현영민"택배 더열심히 부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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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1일 광양전용구장에서 펼쳐진 전남-전북전, 몸을 풀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온 현영민이 관중석을 두리번거렸다. "아빠!" 세살바기 둘째딸 아림이가 쪼르르 달려나왔다. 미스코리아 출신 부인 안춘영씨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꼬마팬들의 사인공세가 시작됐다. 오빠들 틈새에서 조용히 아빠를 기다리던 아림이가 사인을 마친 아빠와 의기양양하게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 전남이 0-1로 밀리던 후반 35분 현영민의 '택배 크로스'가 작렬했다. 문전 쇄도하던 스테보의 머리를 정확하게 겨냥했다. 동점골이 터졌다. '35세 수비수' 현영민의 올시즌 6호 도움이었다. 도움 2위로 올라섰다.

2009년 울산 시절 1골10도움 이후 5년만의 개인최고기록이다. 후반 인저리타임 전현철의 '버저비터' 역전골이 터졌다. 전남이 '선두' 전북을 2011년3월6일 이후 처음으로 이겼다.

이날 전북전은 현영민의 통산 335번째 경기였다. 왼쪽 사이드백 포지션에서 신홍기 전북 코치가 달성한 336경기 최다출전 기록까지 1경기가 남았다. 2002년부터 12시즌을 뛰며 335번째 경기에 나선 것도 대단하지만, 그보다 대단한 것은 스물세살부터 서른다섯살까지 이어진 꾸준한 기록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날 시즌 6호 도움을 기록하며 통산 50도움 고지에 올랐다. 소감이 겸손했다. "야금야금 하다보니 통산 50도움인 줄은 주변에선 잘 모르시더라고요."

프로 12년차 베테랑 수비수 현영민은 '철인'이다. 나이를 잊은 현영민의 활약에 힘입어 전남도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올시즌 전남이 달라진 가장 큰 이유는 세트피스다. 크로스의 질이 달라졌다. 좌우 측면에서 현영민이 6도움, 안용우가 5도움을 기록했다. 고참의 파이팅이 후배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하석주 전남 감독 역시 '프로' 현영민의 존재감을 칭찬했다. "현영민 김병지 등 자기 관리에 철저한 베테랑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어린선수들에겐 큰 공부가 된다.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것들이다."

수원-부산-전북을 상대로 3연승을 달린 전남의 분위기는 최고다. '일등공신' 현영민은 "'택배'를 동료들에게 더 빨리, 더 부지런히 나눠줘서 팀이 더 많이 승리했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꾸준한 기록에 대해 "일단 사이드에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이 크로스다. 어릴 때부터 워낙 훈련을 많이해서 킥은 언제든 자신있다"고 했다. "문전에서 좋은 움직임을 가진 스테보 등 동료들이 큰힘이 된다. 내가 못올린 것도 동료들이 살려준다. 스테보와 훈련상황에서 서로가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한다"고 비결을 귀띔했다. 현영민은 목표의식이 뚜렷한 프로다. "매경기 10개 이상은 크로스하겠다는 생각으로 그라운드에 들어선다. 한두개만 잘 맞아도 득점과 연결되니까, 그 한두개가 쌓이다보니 어느새 50개까지 됐다"고 말했다.

내친 김에 '통산 기록'에 대한 욕심도 슬쩍 내비쳤다."한경기만 더 뛰면 내 포지션 통산 최다경기 출전이다. 계속 새로운 기록을 써나갈 수 있게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통산 도움 1위 기록은 신태용 선생님(68개)이 갖고 계시더라. 내 포지션에선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게 어시스트 부문에서 축구를 그만두는 날까지 열심히 한번 해볼 생각이다. 동료들이 내 '택배'를 거부하지 않고 잘 받아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현영민에게 축구의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이다. "가족은 운동하는 데 보약같은 존재"라고 했다. 일곱살 우림이, 세살 아림이, 두딸을 키우는 '딸바보 아빠'다. 전남 이적 후 온가족이 순천으로 내려왔다. "결혼한 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하는 부분이 크다. 가족도 팀 성적에 따라 웃고 운다. 아기들도 있고, 책임감도 있으니까, 가족을 지키기 위해 축구를 한다."

1979년생 동갑내기 이동국의 A대표팀 최고령 입성을 언급하자 웃음으로 답했다. "욕심은 뭐 다…" 하더니 "축구선수라면 끝날 때까지 대표팀에 대한 목표를 갖고 있어야 하지 않나.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내 자리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겠다"며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