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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거듭된 우천취소, 잔여경기가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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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들어 KIA 타이거즈는 '비와 타이거즈'라는 얘길 들어야 했다. 8월에만 무려 8경기, 월요일로 미뤄진 경기 취소까지 포함하면 무려 10차례나 우천 취소를 경험했다.

이는 경기력 저하에 직결됐다. KIA 선수들은 잦은 우천취소로 컨디션 유지에 실패했다.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던 타자들이 나란히 침묵에 빠지고 말았다. 8월 타율을 살펴보면, 김주찬이 2할2푼4리, 나지완이 2할5푼5리, 이범호가 1할7푼1리로 부진했다.

타선의 주축들이 나란히 부진에 빠지면서 득점력이 뚝 떨어졌다. 특히 리드오프 김주찬과 4번 타자 나지완은 KIA 공격의 핵심이었다. 잦은 우천취소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보여준 결과다.

흔히 우천취소가 되면, 팀에 득이 되는 경우도 있다. 타자들이 한창 지쳤을 때, 혹은 마운드 운용에 애를 먹을 때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이를 잘 이용하면, 팀의 원투펀치만을 쓰면서 승수를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다.

하지만 KIA는 오히려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에이스 양현종의 등판 스케줄이 영향을 받으며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달 2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이 시작이었다. 이날 경기가 비로 취소되며 하루 등판이 밀렸다. 여기까진 일상적인 일이라 괜찮았다.

하지만 태풍의 영향으로 챔피언스필드 지붕이 날아가는 사고가 일어나며 안전 문제로 이틀 연속 경기가 취소됐다. KIA는 양현종의 등판일정을 조정하는 대신, 그대로 다음 경기에 내보냈다. 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나선 양현종은 4⅓이닝 8실점으로 무너졌다. 계속된 등판 연기 후 9일만의 등판이 독이 된 모습이었다.

8월 중순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17일부터 21일까지 무려 5일 내내 우천취소를 경험했고, 양현종은 대기만 하다 결국 등판하지 못했다. 결국 양현종은 23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 11일만에 나서 5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팀은 9회말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지만, 양현종의 부진은 뼈아팠다.

이처럼 8월 하락세엔 잦은 우천취소가 있었다. 최하위 한화에 0.5게임차로 쫓기게 된 KIA는 2일 두산과의 홈경기도 우천취소되는 불운을 맛봤다. 7월까지 단 2경기만이 우천취소됐는데 8월에 8경기가 취소된 데 이어 9월 첫 경기마저 치르지 못했다.

이제 잔여경기 일정이 걱정이다.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다음달 1일부터 재개되는 잔여경기 일정에 있어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 1일 현재 KIA의 잔여경기는 총 21경기. 앞으로 아시안게임 전까지 우천취소가 없다면, 9경기를 치르게 돼 12경기가 남는다.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잔여경기 일정 편성을 고심하고 있다. 이번주에도 비가 계속돼 발표를 미루고 있는 상황. 현재로선 1일부터 보름 넘게 잔여경기를 치르는 게 확실하다. KIA에게도 험난한 일정이 예상된다. 중간중간 휴식일이 하루나 이틀 있겠지만, 계속 경기를 치르게 된다.

잔여경기 일정이 많을 경우, 이는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순위싸움에서 맥이 빠진 팀에겐 좋은 일이 아니다. 순위 경쟁에 대한 의지를 잃게 되면, 좋은 경기력이 나올 리 없다. 많은 잔여경기를 소화하다 최하위로 추락할 우려도 있다. KIA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려면, 시즌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광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