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참패를 당한 한국 대표팀의 명예회복을 위해 한국 축구의 과거와 현재가 만난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이후 2개월만인 9월, 베네수엘라(5일)-우루과이(8일)와의 A매치 2연전에서 다시 뛴다. 2015년 1월 호주아시안컵에 대비해 치르는 A매치 6연전의 첫 시작점이자 월드컵 참패 후 열리는 첫 A매치다.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의 사퇴 이후 사령탑이 공석인 한국은 신태용 코치와 박건하 코치, 김봉수 골키퍼 코치 체제로 A매치 2연전을 치른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와 코칭스태프는 22명의 태극전사를 선발, 2일 첫 훈련에 돌입한다.
▶위기에 필요한 과거에서 온 사나이
한국 축구는 위기다. 월드컵 참패 후 어수선하다. 악재까지 겹쳤다. A매치를 지휘할 사령탑이 없다. 위기의 대표팀을 위해 베테랑의 경험이 필요하다. '올드 보이' 이동국(35·전북)과 차두리(34·서울)가 전면에 나선다. 이동국은 지난해 6월 18일 이란과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후 1년 2개월만에 대표팀에 재승선했다. 차두리는 무려 2년 9개월만에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과거에서 온 올드보이들이지만 그라운드의 리더 역할만 기대하는 건 아니다. 이들은 현재 K-리그 클래식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쳐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동국은 11골-6도움으로 클래식 득점 선두, 도움 순위 4위에 올라 있다. 그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 것 같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20대 못지 않은 체력을 자랑한다. 축구에 눈을 뜨면서 템포 조절과 수싸움은 '달인' 수준에 근접했다. 이동국은 A매치 2연전 중 한 경기에 출전하게 되면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에도 가입하게 된다. 이동국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다. 차두리는 올시즌 서울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FA컵 4강 진출을 이끌며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에 폭발적인 스피드가 여전하다. 그의 태극마크는 항상 환희로 가득찼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의 역사를 함께 했다. '해피 바이러스'를 보유한 차두리의 존재와 경험이 위기의 대표팀에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차두리는 "열심히 뛰는게 내 몫"이라고 했다.
▶대표팀의 현재, '쌍용'의 다짐
현재 한국 축구의 중심은 명실공히 '쌍용'이다. 남아공월드컵 당시 막내급이었던 기성용(25·스완지시티)과 이청용(26·볼턴)은 어느덧 대표팀의 중진이 됐다. 동기생인 구자철(25·마인츠), 후배인 손흥민(22·레버쿠젠)과 함께 브라질월드컵에 나섰지만 조별리그 탈락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책임감이 크다. '쌍용'이 재발진한다. 기성용과 이청용, 손흥민이 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 목소리를 냈다. '명예회복'이다. 기성용은 "월드컵에서 한국이 부진했다. 이번 A매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감독님이 안계셔서 분위기가 어수선하지만 선수들이 이번에 분명히 해야 할 일이 있다.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게 중요하다.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이청용은 "월드컵때와는 또 다른 새로운 팀이지만 내년 아시안컵에 대비해 중요한 경기인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선수와 팬 모두에게 아쉬운 월드컵으로 안 좋은 기분을 이어갈 필요는 없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성용과 이청용은 선배들과 후배들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할 중심에 서 있다. 또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고 있는 '현 세대'의 중심이다. 월드컵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출발을 위해 대표팀의 과거와 현재가 상생의 에너지를 쏟아내야 한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