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검객' 남현희(33·성남시청)는 철녀다.
지난 7월 5일 수원아시아선수권 여자플뢰레 단체전 결승전, 전희숙(서울시청) 오하나 남현희(이상 성남시청) 김미나(인천 서구청)가 '숙적' 중국에 맞섰다. 7라운드까지 25-30으로 뒤지다 8라운드 전희숙의 활약에 31-34, 3점차로 따라붙었다. 마지막 9라운드 '역전주자' 남현희가 피스트에 섰다. 중국 에이스 리후이린과 마주했다. 훈련중 무릎 십자인대를 다쳤지만, 두꺼운 테이핑으로 고통을 꾹꾹 눌러 감싼 채, 눈부신 투혼을 발휘했다. 전광석화같은 몸놀림, 영리한 경기운영으로 순식간에 3점을 따라잡더니, 연거푸 7점을 올리며 리후이린을 돌려세웠다. 38대 37, 1점 차로 중국을 꺾었다. 안방에서 극적인 역전우승 드라마를 썼다. 개인전 우승에 이어 2관왕을 달성했다. 2009~2012년까지 개인-단체전 2관왕 4연패를 달성한 남현희는 출산 후 2년만에 다시 나선 아시아선수권에서 2관왕 트로피를 되찾아왔다. 시상대 앞에서 음악이 흘러나오자 이제 막 돌을 지난 딸 하이가 '폴짝폴짝'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엄마검객'은 하이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며 활짝 웃었다.
지난해 4월 하이를 출산한 남현희의 부활은 놀랍다. 지난해 10월 훈련을 재개한지 한달반만에 후배들을 줄줄이 제치고 국가대표선발전 2위에 올랐다. 베이징올림픽 여자 개인전 최초의 은메달리스트, 런던올림픽 단체전 동메달리스트인 남현희는 '하이엄마'가 된 후 더 강인해졌다. 자랑스러운 엄마의 모습을 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 나이로 34세이지만, 후배들에게 훈련량, 경기력, 정신력에서 한치도 밀리지 않는다. 태백, 제주 전지훈련에서도 이를 악물고 달렸다. 대한펜싱협회 임원진, 코칭스태프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어린 후배들이 거침없이 치고 올라오는 스포츠 세계에서 '엄마' 국가대표의 길은 험난하다. '여자 펜서'로는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길을 먼저 걸어가는 만큼 어깨도 무겁다. 주변의 배려보다 스스로 한발 더 뛰는 길을 택했다. 1m57의 작은 키, 220㎜의 작은 발로 세계를 제패한 독종 '땅콩검객'은 가족의 힘을 등에 업고 더 맹렬히 달리고 있다.
남현희는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2관왕 3연패' 위업에 도전한다. 후배 전희숙(서울시청)과 함께 4명의 대표선수 중 랭킹순 2명이 출전하는 개인전 티켓도 따냈다. 2002년 부산 대회 첫 출전 이후 생애 4번째 아시안게임이다. 스물한살, 철없던 막내는 서른세살, 당찬 엄마가 됐다. 도하, 광저우에 이어 인천에서 '2관왕 3연패'를 꿈꾸고 있다. 베테랑의 노련미, 엄마의 힘으로 4번째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주말 외박 때마다 훌쩍 자라있는, 그래서 더 미안하고 고마운 14개월 된 딸 하이에게 금메달을 선물하는 것이 목표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는 막내였다. 단체전에서 잔뜩 긴장해서 경기를 했던 생각이 난다. 이제는 맏언니의 입장에서 후배들과 호흡을 맞추며 경기를 하게 됐다. 후배들 몫까지 열심히 뛰겠다. 그리고 딸 하이의 목에 금메달을 꼭 걸어주고 싶다."
생애 4번째 아시안게임 도전에 나서는 '힘센 엄마' 남현희를 코카콜라 체육대상 7월 MVP로 선정했다. 스포츠조선이 제정하고 코카콜라가 후원하는 코카콜라 체육대상 수상자에게는 트로피와 상금 100만원이 주어진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