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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저비터골'전현철"하석주감독님께 가장 많이 혼난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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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주 감독님에게 가장 많이 혼난 게 나다."

'하 감독의 애제자' 전현철이 31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전북과의 홈경기(2대1 승) 버저비터 결승골 직후 하 감독을 향한 때아닌 원망(?)을 쏟아냈다. "우리팀에서 내가 제일 많이 혼난다. 더 잘되라고 하시는 건 알겠는데 못뛰어다닌다고 맨날 혼내신다"고 했다. "사실 장난인 것도 많다. 늘 혼나지만 믿고 기회를 주시니까 좋게 받아들이려고 한다"며 웃었다. "믿어주시는 만큼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하 감독 역시 전현철을 애정으로 혼낸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 "현철이가 좋은 선수로 계속 성장하려면 스테보처럼 태클도 하고 거침없이 나서야 한다. 얌전하게 축구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런 식으로 하면 기회를 안준다고 겁도 주고, 협박도 했다"고 했다.

U-리그 득점왕 출신으로 성남 드래프트 1순위로 프로행을 택한 전현철은 하 감독의 아주대 시절 애제자다. U-리그 득점왕을 휩쓸었고, 하 감독의 무패행진 기록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프로에서 사제는 운명처럼 재회했다. 지난해 전현철은 '강등 구세주'로 중요한 고비때마다 결승골, 동점골, 알토란같은 6골로 전남을 구했다. 올시즌은 시련이었다. 스테보, 레안드리뉴, 안용우 등이 영입됐고 '포지션 경쟁자' 이종호가 9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전현철은 좀처럼 선발 기회를 잡지 못했다.12경기에서 1골에 그쳤다.

1대1로 팽팽하던 전북전 후반 이종호의 자리에 전현철이 교체투입됐다. 한발 더 뛰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그라운드에 섰다. 무승부가 굳어지던 후반 인저리타임 종료 직전 '왼발의 윙어' 안용우가 오른발 크로스를 올렸다. 키가 크지 않은 전현철이 서전트 점프를 하며 훌쩍 날아올랐다. 절박하고 필사적인 헤딩골은 골망을 갈랐다. 이 한골로 전남이 2011년 3월 이후 8경기만에 '전북 트라우마'를 넘었다. '광양극장'이었다.

전현철은 "용우의 크로스가 좋았다. 오른발 크로스여서 더 신기하다. 용우가 나를 보고 올렸다고 하더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늦게 들어간 만큼 조금이라도 더 뛰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지런히 뛰어다녔는데 운좋게 골을 넣게 됐다. 오랜만에 골을 넣은 것도 기쁘지만 팀이 전북을 상대로 이긴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했다. "전북한테 3연패했었다. 프로에서 전북 포항을 이겨본 적이 없어 꼭 한번 이겨보고 싶었다. 준비기간에 다들 한마음이 돼서 이번만큼은 이기자고 했었다. 절실함이 통했다"며 웃었다. "팀이 이기고 6강도 올라가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도 나가고 싶다"는 당찬 꿈을 전했다.

하 감독은 끝까지 기특한 제자를 향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공간침투를 기가 막히게 하는 선수인데 그동안 거머쥐는 플레이에서 미숙함이 많았다. 공간 플레이에 이어 연계 플레이까지 된다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종호가 인천아시안게임에 나가기 때문에 일부러 더 자극을 줬다. 그렇게 자극을 준 게 오늘 이렇게 큰 사건을 만들었다"며 미소 지었다.

광양=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