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위 탈환에 대한 희망이 꼴찌 추락에 대한 공포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한 달이었다. KIA 타이거즈의 추락이 심상치 않다.
KIA는 8월 3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서 3대4로 졌다. SK와의 주말 2연전에서 모두 패한 것. 문제는 연패가 아니다. 이날 패배로 최하위 한화 이글스와의 승차가 0.5경기로 좁혀졌다는 데 있다. 4위를 향해 부지런히 올라가야 할 기간에 오히려 뒷걸음만 친 결과다.
0.5경기 차이는 언제든 순위가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KIA가 꼴찌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만약 KIA가 한화에 역전당해 9위로 내려앉는다면 이는 올시즌 처음이다. 더불어 이 시나리오가 현실로 이뤄질 경우 KIA는 2008년 5월 23일 이후 무려 6년 만에 최하위로 내려앉는 수모를 경험하게 된다. 당시 KIA는 잠실 LG 트윈스전에 2대4로 지며 8위로 내려앉았다가 시즌을 6위로 마무리한 적이 있다. 이후 KIA는 꼴찌를 경험하지 않았다. 지난해 8위가 2008년 이후 최저 성적이었다.
KIA의 이런 몰락은 꽤 충격적이다. 불과 한 달전까지만 해도 단독 5위까지 오르며 4위 탈환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 KIA는 올스타 휴식기를 마친 뒤 후반기 첫 경기였던 지난 7월 22일 광주 LG전에서 5대3으로 승리하며 5위까지 올라섰다. 당시 4위였던 롯데 자이언츠와의 승차는 2.5경기. 충분히 역전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시기가 결과적으로는 KIA의 정점이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순위가 내려갔다. 다음날 LG에 지면서 다시 6위가 됐고, 7월 29일 창원 NC다이노스전에서 3대7로 패한 후 한동안 7위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지난 28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 패배(5대6)로 시즌 첫 8위를 경험했다. 이번 주말 SK전의 2연패는 KIA를 8위에 고정시켰다.
후반기 KIA의 이같은 몰락은 심각한 투타 불균형의 결과다. 후반기가 시작된 7월 22일 이후 KIA의 팀 평균자책점은 5.38로 리그 7위였다.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전반기에 비해 특별히 나빠진 것도 없다. 그러나 팀 타율은 2할6푼4리로 LG와 함께 리그 최하위였다. 팀 득점도 109점으로 가장 적었다. 이는 특히 8월 들어 무려 11차례나 발생한 우천 취소에 따른 타자들의 경기 감각 상실이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제 KIA는 사실상 4강 싸움에서는 멀어졌다. 대신 다른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이제 한화와 '꼴찌 면하기 전쟁'을 벌일 처지에 몰렸다. 여기서도 진다면 최악의 불명예를 피할 수 없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