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하면서 이렇게 승리에 도취된 적은 처음인 것같다.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
하석주 전남 감독이 31일 K-리그 23라운드 전북전 역전승의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1-1로 팽팽하던 후반 28분 교체투입한 '애제자' 전현철이 후반 인저리타임 역전골을 터뜨렸다. 종료 직전 안용우의 택배크로스 직후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회심의 헤딩골은 골망을 갈랐다. 주먹만 불끈 쥐는 얌전한 세리머니를 하던 하 감독이 두 팔을 활짝 펼친 채 비행기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버저비터였다. 추가시간이 다돼 골이 들어갔다. 세리머니를 할 수밖에 할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몸이 그렇게 됐다. 선수때도 하지 않던 과격한 세리머니였다. 끝날 때쯤 되니 창피한 것을 느꼈다"며 웃었다. "전북전을 이기고 싶은 간절함이 그만큼 컸던 것같다"고 했다.
하 감독은 은밀한 징크스도 공개했다. 전북 징크스를 깨기 위해 '분홍팬티' 징크스로 맞섰다. 지인이 선물한 '분홍 팬티'를 입고 수원전에 나섰다. 원래 운동할 때만 입는 건데 비가 와서 입었는데 승리했다. 부산전에 비가 오길래 분홍 팬티를 입었다. 오늘은 양복을 입어서 고민했다. 교회를 다니기 때문에 미신을 믿지 않지만 다음에도 또 입어야할 것같다"고 했다. 분홍색 속옷이 또다시 행운을 가져다줬다. 전남은 4연패 끝에 수원, 부산, 전북을 상대로 3연승을 달리며 활짝 웃었다.
1일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소집되는 이종호, 안용우, 김영욱 등 주축선수 3명을 보내야 한다. '애제자' 전현철의 시즌 2호골은 그래서 더 반갑다. 아주대 시절부터 키워온 애제자다. 성남 드래프트 1순위로 프로행을 택한 전현철은 하 감독의 아주대 시절 애제자다. U-리그 득점왕을 휩쓸었고, 하 감독의 무패행진 기록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프로에서 사제는 운명처럼 재회했다. 스테보, 레안드리뉴, 안용우 등 공격수들을 대거 영입한 올시즌 유난히 야단을 많이 쳤다. "현철이가 좋은 선수로 계속 성장하려면 스테보처럼 태클도 하고 거침없이 나서야 한다. 얌전하게 축구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런 식으로 하면 기회를 안준다고 겁도 주고, 협박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 감독은 기특한 제자를 향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공간침투를 기가 막히게 하는 선수인데 그동안 거머쥐는 플레이에서 미숙함이 많았다. 공간 플레이에 이어 연계 플레이까지 된다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종호가 인천아시안게임에 나가기 때문에 일부러 더 자극을 줬다. 그렇게 자극을 준 게 오늘 이렇게 큰 사건을 만들었다"며 미소 지었다.
9월부터 팀의 주축 선수 부재속에 백업선수들의 반란이 시작된다. 하 감독은 믿음과 기대감을 표했다. "확실하게 6위 안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대표팀에 3명이 차출됐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라던 일이 이뤄져 매우 좋다. 주축 선수들이 빠졌지만, 전현철의 몸 상태가 올라와 이종호를 대신해 잘 할 것이고, 심동운도 부산전부터 자기 역할을 해주고 있다. 다른 선수들이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웃었다. 광양=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