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감독은 생애 최고의 승리라고 했다.
FC서울이 2년 연속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강에 올랐다. 1차전 90분을 필두로 2차전 90분에 이어 연장 30분에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 0대0이었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운명이 결정됐다. 서울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포항과의 ACL 8강 2차전에서 승부차기에서 3-0으로 승리, 준결승에 진출했다.
거짓말처럼 지난달 16일 포항과의 FA컵 16강전에도 승부차기 혈투를 치렀다. 서울이 4-2로 승리했다. ACL 4강 진출의 환희도 서울이었다. 지난해 ACL에서 준우승한 서울이 승부차기에서 포항을 눌렀다. 유상훈의 신들린 선방쇼를 펼쳤다. 유상훈은 황지수 김재성 박희철의 킥을 모두 막아냈다. 서울은 김진규가 실패했지만 에벨톤, 오스마르, 몰리나가 골을 성공시켰다.
최 감독은 "감독 생활을 하며 최고의 승리였다. 5월 28일 이후 한 팀만 생각했다"며 "아시아 정벌의 꿈을 풀고자 하는 선수들의 강한 의지가 결과로 나왔다. 180분 내내 어려운 승부가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확신이 결국 승리로 연결됐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서울이 4강에 오를 수 있다는 자격을 충분히 입증했다. 도전자 입장에서 우리의 길을 계속 걷고 싶다"고 밝혔다. 유상훈 선방에 대해서는 "가장 머리 아픈 포지션이 골키퍼다. 전북전에서는 김용대가 선방했다. 유상훈은 페널티킥에 놀라운 재능을 가진 선수"라며 웃었다. 최 감독은 경기 후 벤치의 김용대를 껴안았다. 그는 "오늘 용대를 내 방에 불렀다. 상대 전력과 수비진을 고려할 때 상훈이에게 역할을 맡길 것이라고 했다. 이해해달라고 이야기했는데 본인도 수긍했다. 용대가 있기에 상훈이가 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우린 승부치가 훈련을 상당히 많이 했다. 자신감을 갖자고 이야기 했다. 믿음을 갖는 수밖에 없다. 상대 1, 2번 키커 습관은 꿰뚫고 있었다. 3번 키커는 데이터가 없어 모른 척 했다. 잘 준비해 준 코치들에게 고맙다. 현역 지도자 통틀어 1~3번 다 막아낸 골키퍼는 처음 본다"며 활짝 웃었다.
서울은 K-리그 클래식에서 3연승을 달리고 있다. FA컵에 이어 ACL에서도 4강에 올랐다. 최 감독은 "욕심은 한도 끝도 없다"며 미소를 지은 후 "하지만 우선 순위는 머릿 속에 가지고 있다. 몇차례 놓았던 경기는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선수 활용폭이 넓어진 게 사실이다. FA컵 4강, ACL 4강 들어가 있다. 하지만 리그에서 그룹B로 떨어진다는 것은 큰 오점이다. 우선순위에 따라 선수들을 믿고 과감하게 가야할 것 같다. 한두번 해보니 배짱이 생기는 것 같다. 과감하게 선수를 고루 기용하겠다. 모두가 주전이라는 생각이 선수단 내에 자리잡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서울은 올시즌 데얀과 하대성이 떠났다. 아디가 은퇴했다. 또 ACL 4강의 꿈을 이뤘다. 최 감독은 "힘든 시즌이 될 것으로 봤다. 특급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하지만 이럴 때 무에서 유를 만들고자 하는 스스로의 채찍질을 했다. 힘든 전반기를 보냈다. 전술, 기용 등 나의 착오로 어려움을 겪어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FC서울의 진정한 모습은 8월부터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매 경기 나아지고 있다. 사실 도전자 입장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모든 게 힘들 것으로 봤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