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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투수 1승-4강 상승세 날린 LG 내야 집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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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내야 수비수들의 집중력 부족이 무명 투수의 승리 기회를 날려버렸다.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20일 서울 목동야구장. 이날 LG의 선발투수는 무명 투수 장진용이었다. 2004년 배명고를 졸업하고 LG에 1차 지명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지만, 지금까지 1군 경기 29게임에 그쳤다. 2008년에 선발 등판 이후 무려 6년 만에 잡은 선발 기회였다.

경기 전 만난 양상문 감독은 장진용에 대해 "2군에서 계속 좋았다. 현재 2군 최고 투수"라며 "1군 무대라고 해서 크게 떨 성격은 아니다. 직구 구속은 130km 후반대에서 140km대 초반에 그치지만 변화구 구사와 제구가 매우 좋고 노련미도 충분히 갖췄다. 또, 장진용의 생소함이 무기가 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스스로 부담을 떨치고, 타선에서 초반 2~3점 정도만 내줘도 충분히 5이닝 정도는 막아줄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하지만 장진용도 사람이다. 어렵게 잡은 기회에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여기에 상대는 가공할 타선의 넥센이었다. 때문에 양 감독 말처럼 동료들의 지원 사격이 절실했다. 하지만 지원 사격은 커녕 실책으로 장진용의 힘을 빼고 말았다.

장진용은 1회말 선두타자 서건창에게 볼넷을 내줬다. 1군 첫 선발 등판하는 선수들 대부분이 첫 타자를 상대하면서부터 꼬여 1회에 대량 실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장진용의 어깨를 가볍게 해줄 뻔한 장면이 연출됐다. 서건창이 초구를 던지기에 앞서 도루를 시도했고, 이를 간파한 장진용이 1루에 견제구를 던졌다. 1루수 정성훈이 유격수 황목치승을 향해 송구를 했다. 서건창이 주루 도중 멈췄다. 황목치승이 공만 잡았으면 협살 플레이가 가능했다. 하지만 황목치승이 다음 플레이를 빠르게 가져가려다가 공을 놓쳤고 서건창이 1루에서 살았다. 서건창이 이어서 곧바로 2루 도루에 성공하고 3루 도루까지 했다. 이택근의 깔끔한 희생플라이.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장진용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제구가 잡히며 1회 유한준, 박병호를 처리했다. 2회에는 2사 후 이성열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삼진 1개를 곁들이며 4타자로 마무리했다.

더 큰 문제는 3회 터졌다. 선두 박동원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이어 서건창이 3루쪽으로 기습번트를 했다. 3루수 손주인이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며 무사 1, 2루. 이어 등장한 이택근의 번트도 3루쪽으로 흘렀다. 손주인이 공을 잡고 1루에 던졌지만 바운드가 됐고, 1루 커버를 들어간 2루수 박경수가 이를 잡지 못했다. 3루수 실책. 앞의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마음의 부담이 느껴진 플레이였다. 무사 만루 위기가 이어졌다. 다행히 유한준을 포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이어 등장한 박병호를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았다. 3루수 땅볼을 유도했다. 타구가 조금 느렸다. 빠르게 대시를 하거나, 공을 잡아 3루 베이스를 찍고 병살 플레이를 노려야 했다. 하지만 기다려 공을 잡아 2루에 뿌렸다. 나름 발이 빠른 박병호는 1루에서 여유있게 살았다.

그렇게 이닝을 마치지 못한 장진용은 강정호, 김민성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교체됐다. 2⅔이닝 4실점 무자책점이었다. 실책이 없었다고 해서 장진용이 긴 이닝 호투했을 것이라고 장담하지는 못하지만, 분명 아쉬움이 남는 플레이들이었다.

초반 실점 후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한 LG는 2대5로 패하며 전날 극적인 역전승의 기운을 이어가지 못했다. 천적 넥센을 상대로 2연승을 거뒀다면 이어지는 4강 경쟁팀들과의 경기를 기분좋게 풀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목동=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