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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와 이승엽, 같은 시대에 뛰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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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만 젊어 박병호와 홈런 경쟁을 했다면 재밌었을텐데…"

삼성 라이온즈의 '영원한 홈런왕' 이승엽의 얼굴에 참 미묘한 표정이 나왔다. 상상하는 듯하더니 엷은 미소가 나왔고, 곧이어 아쉬움이 읽혔다. 그는 40홈런을 때린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와의 홈런 경쟁을 상상했다.

박병호는 1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서 시즌 40호 홈런을 때려냈다. 한국 선수로는 6번째 40홈런. 지난 2010년 이대호(소프트뱅크) 이후 4년만에 다시 40홈런 타자가 탄생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홈런을 얘기할 때 이승엽을 빼놓을 수 없다. 이승엽은 한국 프로야구 한시즌 최다홈런기록(56개)을 보유하고 있고, 통산 홈런 기록도 새로 써가고 있다.

이승엽은 56개를 때린 지난 2003년에 78경기 만에 40홈런을 돌파했다. 박병호가 102경기 만에 40홈런을 때렸으니 당시 이승엽의 홈런 페이스가 얼마나 빨랐는지 알 수 있다.

비가 오다 그치다를 반복하던 20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이승엽은 "40홈런을 쳤으니 조금은 홀가분하게 50홈런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고, 고지에 도달하면 더 성장할 것이다"며 박병호의 50홈런 도전을 응원했다. 이승엽은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홈런도 많이 치면서 3할 타율을 유지한다는 건 쉽지 않다"며 "병호는 스윙 스피드가 우리나라 타자들과 달리 매우 빠르고 중심이 뒤에 있기 때문에 몸쪽 공까지 대처가 가능하다. 게다가 힘까지 좋다. 정말 좋은 타자다"고 했다.

26경기를 남겨놓은 박병호는 홈런 10개를 추가하면 국내 선수로는 세번째로 50홈런 고지를 밟게 된다. 이승엽은 "숫자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다. 주위의 말에 귀를 닫고 지금처럼 자신의 스윙을 하면서 경기에 최선을 다하면 가능할 것"이라며 "홈런은 한 경기서도 2∼3개를 칠 수 있고, 일주일에 6∼7개를 몰아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뭔가를 생각한 듯 "아…"하고 감탄사를 내뱉은 이승엽은 "내가 나이가 젊어 전성기 시절의 모습으로 병호와 경쟁을 하면 정말 재미있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지금은 모든 것에 초월한 듯 큰 형님처럼 부드러운 이승엽이지만 예전 홈런왕 경쟁 때의 승부사 기질이 남아있었다. 정말 강한 타자가 나오자 숨어있던 승부사 기질이 발동한 것. 예전 이승엽은 우즈, 심정수 등 당대 최고의 홈런 타자들과 경쟁을 했고,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르며 국내 최고의 홈런 타자가 됐었다.

이승엽는 "7∼8년만 젊었어도 누가 이기든 경쟁이 참 재밌었을 것 같다"며 "병호와 같은 포지션이면서 난 왼손이고 병호는 오른손이라 더 재미있게 홈런 경쟁을 했을 것 같다"고 했다.

올시즌 이승엽은 26홈런에 84타점으로 38세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홈런왕은 이제 후배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