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의 2연전을 모두 승리한 두산. 결국 4위 롯데와 승차없는 5위.
주목할 점은 두산이 가장 많은 경기가 남았다는 점이었다.
우천취소 경기가 많았다. 전반기 두산에게 비는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6월21일과 22일. KIA와의 잠실 2연전은 모두 강우콜드패를 했다. 1점 차로 뒤진 상태에서 6회 경기가 끝났다. 프로야구 역사상 한 팀에 연속 강우콜드 패배는 최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열린 두산의 첫 3연전. 연 이틀 우천취소됐다. 이 부분도 아쉬웠다. 타격 컨디션이나 선발 투수 로테이션을 감안하면 두산에게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노경은이 2군으로 내려갔다. 니퍼트도 등부상을 입었다. 두산 입장에서는 완전히 선발 로테이션이 파괴된 상태. 그러나 번번이 '비'가 도와줬다.
결국 두산은 18일 현재 94게임만을 치렀다. 4강 경쟁 상대팀과 비교할 때 5~7게임 정도 덜 치렀다. 4위 롯데와 7위 KIA, 그리고 8위 SK는 99게임, 6위 LG는 100게임을 치렀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남은 경기가 우리에게 (4강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두산의 선발 로테이션은 여전히 불안하다. 하지만 그 틀을 다시 마련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변할 지, 다시 불안해 질 지 알 수 없다. 다만, 안정적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문제다.
더스틴 니퍼트가 등부상에서 합류했다. 최근 2개월 동안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유희관 역시 최근 2경기 잘 던졌다.
크리스 볼스테드 대신 8월1일 한국무대를 밟은 유네스키 마야는 최근 3경기 동안 1패, 평균 자책점 7.62를 기록하고 있다. 기록만 보면 매우 좋지 않다.
하지만 구위는 압도적인 면은 없다. 하지만 볼 끝이 상당히 날카롭다. 제구력도 괜찮다. 때문에 넥센 염경엽 감독은 "괜찮은 투수다. 6회 3실점 정도 할 수 있는 안정된 기량을 갖춘 투수"라고 했다. 하지만 기록은 더 나쁘다. 이유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타자들의 특징을 여전히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우 공격적이다. 때문에 유인구를 충분히 활용하기 보다는 빠르게 정면대결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구위가 압도적이지 않기 때문에 커트를 많이 당한다. 결국 볼 배합이 일찍 간파되고 좋은 타구를 내주는 경향이 짙다. 송 감독은 "마야가 좀 더 유인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 적응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노경은도 돌아왔다. 올 시즌 내내 부진했던 노경은. 결국 2군으로 내려간 뒤 15일 목동 넥센전에 돌아왔다. 5이닝 6실점. 1회 제구력 난조로 3실점, 박병호의 홈런 2방을 맞았다. 여전히 부진하지만, 예전보다 안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
즉, 두산의 남은 경기가 많다는 것은 흔들리는 선발 로테이션이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긍정적이다.
또 하나, 페넌트레이스 막판 순위가 결정된 팀과의 경기에서 좀 더 수월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사실상 포스트 시즌 진출이 확정된 삼성(1게임), NC(3게임)와의 우천으로 순연된 경기가 변수가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순위가 확정된 시점에서는 총력전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 은연 중에 느슨해지는 팀 분위기와 포스트 시즌을 대비, 주전들의 부상방지와 체력비축을 해야 하는 준비과정도 있기 때문.
하지만 두산에게는 좋지 않은 점도 있다. 기본적으로 스케줄 자체가 매우 빡빡해진다. 아직 발표되진 않았지만, 더블 헤더 가능성도 있다. 가뜩이나 투수력이 좋지 않은 두산이다.
당연히 가동할 수 있는 투수력 자체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선발 투수에 따른 경기 기복이 심한 두산이다. 니퍼트와 유희관이 나올 경우 경쟁력이 살아있지만, 선발이 경기 초반 무너지면서 대패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빡빡한 일정 속에서 선발 투수가 부상으로 빠진다면 두산 입장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해진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두산은 5승9패. 예년같으면 선발 로테이션 자체가 망가진 상황에서 4강을 포기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경쟁팀의 동반부진으로 여전히 기회가 있다. 잇단 우천취소로 선발 로테이션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두 가지 행운이 겹친 두산은 여전히 포스트 시즌 진출의 기회가 있다.
남은 경기가 많다. 장, 단점이 엇갈린다. 이제부터 두산의 진정한 전력과 실력이 4강행을 가를 공산이 높아졌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