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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축포'로 역사 쓴 기성용, '공격 본능'이 꽃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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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사상 처음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 축포'를 터트렸다. 2014~2015시즌 EPL의 첫 골문을 기성용(25·스완지시티)이 열었다.

기성용은 16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유와의 EPL 개막전에서 0-0으로 맞선 전반 28분 선제골을 터트렸다. 스완지시티는 기성용과 시구르드손의 연속골을 앞세워 루니가 한 골을 넣는데 그친 맨유를 2대1로 꺾고 이변을 연출했다. 기성용은 풀타임 활약하며 맨유에 42년 만에 홈 개막전 패배의 불명예를 안겼다. EPL의 강호 맨유를 상대로 득점까지 기록한 기성용의 EPL 세번째 시즌이 환희와 함께 시작됐다.

▶코리안리거 첫 EPL 개막축포

맨유-스완지전은 EPL의 시작을 알리는 공식 개막전이었다. 16일 오후 11시에 열리는 다른 경기보다 2시간 15분 앞서 시작됐다. 덕분에 기성용이 2014~2015시즌 EPL의 1호 득점자가 됐다. 한국인이 EPL에서 개막 축포를 쏘아 올린 것은 2005년 박지성(은퇴)이 한국인으로서 EPL에 첫 진출한 이후 처음이다. EPL에서 7시즌 동안 활약했던 박지성도 이뤄내지 못한 '최초'의 역사다. 1라운드 득점으로는 코리안리거 역사에서 두 번째다. 앞서 설기현이 풀럼에서 활약하던 2008년 8월 16일, EPL 1라운드에서 헐시티를 상대로 득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풀럼-헐시티전은 공식 개막전이 아니었다.

▶경쟁자서 조력자 된 셸비

지난 시즌 기성용은 선덜랜드 임대 이적을 택했다. 미카엘 라우드럽 전 스완지시티 감독은 브랜든 로저스 전 감독이 영입한 기성용 대신 자신이 리버풀에서 데려온 존조 셸비를 중용했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기성용은 선덜랜드행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다시 돌아온 스완지시티에 큰 변화가 있었다. 라우드럽 감독이 경질됐고 기성용을 잘 아는 옛 동료 게리 몽크 감독이 새 사령탑에 올랐다. 몽크 감독은 라우드럽 감독과 달리 기성용과 셸비의 공생을 모색했다. 맨유와의 개막전에서 기성용과 셸비는 몽크 감독의 기대만큼 시너지 효과를 냈다. 공격 성향이 강한 기성용과 셸비의 능력을 모두 활용하기 위해 둘의 역할을 구분하지 않았다. 기성용이 공격으로 전진하면 셸비가 수비 진영을 지켰다. 반대로 셸비가 공격에 나설 경우 기성용이 맨유의 역습을 차단하기 위해 뒤를 커버했다. 2012~2013시즌 스완지시티에서 주로 후방에 배치됐던 기성용의 역할과는 달랐다. 당시 그는 포백 라인 앞에 자리한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로 공격 전개를 위해 볼을 뿌려주는 역할에 치중했다. 상대 공격진영에 나서는 기회가 적었다. 득점도 없었다. 그러나 기성용의 올시즌 역할 변화가 개막 축포로 이어졌다. 경쟁자에서 조력자가 된 셸비가 기성용의 올시즌 활약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경험-여유 장착, 공격 본능이 꽃핀다

개막에 앞서 기성용은 인터뷰를 통해 "경험을 많이 얻었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성장했다고 생각한다"면서 "EPL 세 번째 시즌에 선수로 더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기성용은 스완지시티와 선덜랜드에서 두 시즌을 보내며 EPL 무대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하며 큰 무대 경험도 쌓았다. 유럽에서의 6번째 시즌, 기성용은 이제 유럽 무대의 베테랑이 됐다. 맨유전에서 기록한 개막축포도 경험과 여유가 동반된 결과물이었다. 그동안 기성용은 EPL에서 기록한 4골을 장기인 중거리 슈팅이나 문전 쇄도, 헤딩으로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번 득점장면에서는 세기보다 정확성을 앞세웠다. 시구르드손의 땅볼 패스가 배달되자 페널티박스 앞에 서 있던 기성용은 왼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정확하게 골문 구석을 노렸다. 이전같으면 강하게 슈팅을 시도했겠지만 이제 득점 찬스에서도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 맨유전 득점 장면을 통해 증명됐다. 선덜랜드에서 선을 보였던 공격 본능의 완성단계다. 스완지시티에서도 기성용의 공격 능력이 꽃을 피울 시기다. 선덜랜드에서 기록한 4골-2도움의 기록도 훌쩍 뛰어 넘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외국 언론도 기성용의 공격 능력에 칭찬을 쏟아냈다.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뛰어난 마무리 능력'이라며 평점 7점을 부여했다. 스페인의 축구전문메체인 바벨은 '기성용이 사이드 패스에만 능하다는 비난에서 벗어나 언제든지 득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기성용의 공격력에 주목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