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 7승4패, 분명 상승세이며 희망도 있다.
8위 SK 와이번스는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휴식기다. 그런데 4위 롯데 자이언츠와의 승차가 휴식기 직전 3경기에서 18일 현재 2경기차로 줄어들었다. 가만히 앉아서 1경기를 번 셈이다. 4위 싸움이 혼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이제는 그 결과를 섣불리 예상하기 힘들어졌다. 그만큼 SK도 희망을 품을 만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악재가 발생했다. 외국인 투수 로스 울프가 개인사정으로 팀을 떠났다. 아들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17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언제 돌아올 수 있을 지 기약도 없다. SK는 "아들의 건강 문제로 갔는데, 언제까지 돌아오라고 할 수는 없다. 연락을 취하며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SK는 후반기 들어 선발요원이었던 울프를 마무리로 돌리면서 상승세를 탔다. 전반기 내내 난조를 면치 못했던 울프는 후반기 마무리로 변신한 뒤 9경기에서 1승4세이브를 올렸고, 10⅔이닝 동안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앞 투수가 남긴 기출자의 득점 허용률도 '제로'다. 가장 완벽한 소방수의 위용을 드러내며 SK의 상승세를 이끌어왔던 울프의 이탈로 SK는 다시 위기를 맞은 셈이다.
당장 뒷문이 불안해질 것이고 더불어 불펜운용에도 문제가 생길 공산이 크다. 일단 이만수 감독은 울프를 대신해 윤길현을 마무리로 쓰겠다고 했다. 이날 울프의 미국행 소식을 전해들은 이 감독은 "윤길현을 마무리로 돌리고 대신 중간 투수로 고효준을 (2군서)올릴 것"이라며 "고효준은 4,5선발이 등판하는 날 1+1의 형태로 롱릴리프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육지책이다.
SK는 올시즌 내내 마무리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기존 마무리 박희수는 6월 13일 LG 트윈스전서 2실점한 뒤 왼쪽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재활군으로 내려갔다. 좀처럼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재활에만 매달리던 박희수는 지난 2일과 5일 2군 경기 등판해 컨디션 회복에 나섰으나, 또다시 통증이 재발해 올시즌 내 복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박희수에 이어 박정배가 마무리를 맡았지만, 그는 울프 이전까지 1세이브를 올리는데 그쳤다. 즉 SK는 박희수가 빠진 6월 14일부터 후반기 울프가 마무리를 맡기 전까지 불펜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이 기간 SK는 27경기에서 8승19패(승률 0.296)로 9개팀 중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을 내고 말았다. 6위였던 순위가 8위까지 밀리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불펜진 불안이었다.
울프의 등장으로 이제야 제대로 된 마무리를 찾았다 싶었는데, 어쨌든 SK는 이제 윤길현을 믿고 마무리로 내보내야 한다. 이날 현재 윤길현은 2승3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3.47을 기록중이다. SK 불펜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이 가장 좋다. 후반기 들어서도 10경기에서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2.31로 안정감을 이어가고 있다. 2002년 데뷔 이후 붙박이 마무리로 던진 적이 없는 윤길현으로서는 새로운 도전이나 다름없다. 울프와 박희수의 복귀가 돌아올 때까지 SK의 뒷문은 윤길현이 지켜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