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뜨거웠던 장르물 열풍이 식어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드라마계의 새로운 시도는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두 개 이상의 장르를 결합한 복합장르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종영한 SBS '닥터 이방인'은 메디컬, 첩보, 멜로를 엮은 드라마였고, 오는 18일 첫 방송을 앞둔 tvN '마이 시크릿 호텔'은 미스터리, 멜로, 스릴러를 버무렸다. 특히 이 드라마는 과학적 수사기법이 아니라, 본능적인 직관과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를 통해 진실에 접근해가는 고전 추리극의 형식을 빌렸다는 점이 독특하다.
'마이 시크릿 호텔'은 대한민국 최고 호텔에서 신랑과 예식 지배인으로 7년 만에 재회하게 된 전 부부 남상효(유인나)와 구해영(진이한)의 꼬일 대로 꼬인 결혼식과 전대미문의 살인사건을 그린 16부작 드라마.
14일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자 홍종찬 PD는 "호텔이란 공간이 비밀스러운 곳이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라 그 안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이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며 "살인사건을 둘러싼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여러 캐릭터들의 사연이 드러나면 고전 추리극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연출 방향을 밝혔다. 대본을 담당한 김예리 작가는 "여주인공이 전 남편과 현재 연인 사이에 누구를 선택할지, 그리고 살인사건에선 누가 범인일지 추리해보면 더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주인공 남상효 역엔 유인나가 캐스팅됐고,남상효의 전 남편인 구해영에는 진이한이 낙점됐다. 남상효의 직장 상사이자 호텔전문 경영이사 조성겸 역은 남궁민이 맡는다.
홍종찬 PD는 "망가져도 귀엽고 술에 취해도 사랑스러운 여배우는 누구일까 고민하다 상효 역에 유인나를 떠올렸다. 극중 구해영은 촐싹대면서도 남자다운 면이 있는데, 진이한의 목소리와 눈빛, 개구진 매력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또한 여자 입장에서 외롭고 쓸쓸할 때 어떤 남자에게 안기면 포근함을 느낄까 생각했을 때 남궁민이 극중 캐릭터와 무척 닮았다"고 세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를 덧붙였다.
'별에서 온 그대' 이후 '마이 시크릿 호텔'을 차기작으로 선택한 유인나는 "스토리가 무척 탄탄하고 버릴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고 자부했다. 극중 두 남자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을 즐거워하며 "아직은 갈팡질팡하는 상황을 즐기고 있다.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라서 내 마음도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또한 "남궁민과 진이한이 상반된 매력을 갖고 있고, 목소리가 너무나 좋아서 연기하다 보면 귀가 행복하다"며 생긋 웃었다.
올해 초 tvN '로맨스가 필요해3'에 출연했던 남궁민은 5개월 만에 같은 시간대 드라마에 또 다시 출연하며 남다른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그는 "처음엔 공중파가 아닌 드라마를 선택할 때 부담이 있었지만 요즘엔 케이블 드라마가 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 같다"며 "'마이 시크릿 호텔'은 여러 장르가 섞여 있음에도 짜임새가 좋고 구성이 좋아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드럽고 자상한 남자의 이미지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이 질려하기 전까지는 그분들이 좋아해주는 역할을 보여드리려고 한다"며 "좋은 작품, 작가, 감독이 함께한다면 어떤 역할이든 하고 싶다"고 연기 욕심을 냈다.
드라마 '기황후'와 '개과천선'에 이어 곧바로 새 드라마를 선택한 진이한은 "매 작품마다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대한 설렘과 기대가 크다"며 "주변에선 너무 쉬지 않고 연기하는 것 아니냐고도 하는데 배우로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유인나를 사이에 둔 남궁민과 진이한의 '남남케미'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두 사람은 살인사건과 미묘하게 얽힌 미스터리의 중심 인물인 동시에 사랑의 라이벌로 대립한다. 실제 두 배우는 1981년생 동갑내기이기도 하다. 남궁민은 "아직 진이한과는 한번 밖에 촬영하지 않았지만 서로 말을 놓고 친해졌다"며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즐겁게 촬영하겠다"고 말했다. 진이한도 "실제로 남궁민을 만나보니 편안한 성격이라 잘 맞는다"며 연기호흡을 기대했다. 덧붙여 남궁민은 "시청률 3%가 넘으면 100명의 여성에게 입술이 부르틀 때까지 손등키스를 하겠다"고 시청률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