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가 중요하다는 걸 확실히 이해할 수 있게 됐죠."
'8인의 결사대' 모비스는 전지훈련을 대신해 대만 존스컵에 참가 중이다. 유재학 감독도 없고, 소규모 선수단이지만 존스컵에서의 활약은 현지 언론과 대만 농구팬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유기적이고 한박자 빠른 수비와 뛰어난 3점슛을 앞세워 13일까지 3승2패로 8개 팀중 공동 2위를 기록 중이다.
그런 선전의 주역 중 하나가 바로 포워드 전준범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슈팅가드 역할을 하고 있다. 전준범은 지난 2013~2014시즌에 모비스에서 프로 첫 시즌을 보낸 신예. 첫 시즌에는 39경기에 나와 평균 9분30초를 뛰며 2.1득점 1.2리바운드 0.8어시스트로 큰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하지만 이번 존스컵에서는 출전 시간이 늘어나며 특유의 3점슛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 일본 대표팀과의 경기에서는 팀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26득점을 올리며 102대87 대승에 큰 공을 세웠다. 무엇보다 88%의 압도적인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한 점이 화제다. 8개를 던져 7개나 림에 꽂았다. 이 덕분에 전준범은 13일까지 이번 대회 3점슛 갯수(18개)와 성공률(56.3%)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32번의 시도 중 18개를 성공했다.
유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전준범과 송창용, 김주성 등이 많은 경험과 자신감을 쌓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전준범은 유 감독의 이런 기대에 충분히 부흥할 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준범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그는 "많은 경기를 하는 게 확실히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번 대회는 나같은 백업 선수에게는 엄청난 기회다"라면서 "그러나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고 했다.
전준범이 좀 더 보완해야할 것으로 손꼽은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수비에 대한 집중력. 그는 "지난 시즌에 뒤로 갈수록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다. 당시에는 서운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하면서 보니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되더라. 우리팀은 수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컬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나는 수비에 대한 이해도와 준비가 부족했다"고 반성했다. 그래서 다음 시즌에는 더 수비에 집중해 스스로 기회를 만들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또 다른 보완점은 바로 웨이트의 강화다. 전준범은 상당히 말랐다. 키가 1m95인데 체중이 75㎏밖에 안된다. 이 때문에 몸싸움에서 자주 밀리곤 한다. 수비를 할 때 이런 점은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한다. 그는 "몸무게를 불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잘 늘어나지 않는게 지금의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전준범은 "내 장점은 역시 슛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그냥 받아서 쏘기만 했다. 최근에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코트를 움직이면서 수비수를 무너트린 뒤에 슛을 던지는 기술을 배워 많이 연습하고 있다. 이걸 더 가다듬고, 수비에도 집중해 새 시즌에는 팀에 더 많은 기여를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하고 있다. 존스컵을 통해 전준범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성장하고 있었다.
타이페이(대만)=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