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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GK 권순태 '0점대 방어율' 뒤엔 최은성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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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공(닥치고 공격)'의 팀 전북이 올시즌에는 공격에 이어 수비의 팀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19라운드까지 13실점으로 K-리그 클래식 12개 팀 중 최소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수비 불안으로 리그 정상 등극에 실패했던 전북은 올시즌 매서운 창과 두터운 방패를 무기 삼아 리그 우승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김기희 정인환 윌킨슨이 버티고 있는 수비진의 견고함과 더불어 뒷문이 몰라보게 든든해졌다. 프로 9시즌째를 맞이하고 있는 골키퍼 권순태(30)의 선방 덕분이다.

권순태는 19라운드까지 17경기서 10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당 평균 실점이 0.59다. 올시즌 10경기 이상을 소화한 12개팀 골키퍼 중 최소 실점(실점률)이다. 2006년 전북에 입단한 이후 한 번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권순태가 데뷔 9년만에 '명품' 골키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권순태는 2014년, '베스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비결로 자신의 멘토이자 스승인 최은성 골키퍼 코치를 꼽았다. "최은성 코치님을 만나면서 내 골키퍼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게 됐다. 최 코치님이 현재 나의 롤모델이다. 코치님을 통해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알게 됐다."

권순태는 지난해 전북에 둥지를 튼 최 코치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벤치로 밀렸다. 올해도 그랬다. 개막전 골키퍼 장갑을 최 코치에게 내줬다. 하지만 권순태는 꾸준한 노력으로 전북의 수문장으로 거듭났고, 지난달 은퇴한 최 코치의 조련을 받으며 전북의 골문을 지키고 있다. 지난시즌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며 돈주고도 사지 못할 배움을 얻은 덕분이다. 그는 "전북에 입단한 이후 골키퍼 선배가 많이 없었다. 항상 내가 최고참으로 후배들을 이끌면서 힘든 일도 많았다. 하지만 최 코치님이 들어오신 이후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선배가 생겼다. 벤치에서 최 코치님의 경기를 지켜보고, 운동장 밖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봤다. 나에게는 큰 자극제가 됐다. 그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43세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질 몸매를 유지하는 자기관리와, 그라운드에서 동료들을 이끄는 최 코치의 '형님 리더십'을 눈에 담았다. 그는 "나는 그동안 실점을 하면 동료들에게 짜증을 내는 스타일이었다. 최 코치님은 마인드컨트롤이 대단하다. 실점을 해도 웃는 얼굴로 동료들을 다독이신다. 그러면 수비수들이 더욱 경기에 집중하게 된다"고 했다. 그대로 따라했다. 올시즌 들어 경기에 나설때마다 권순태는 수비수들에게 부탁을 한다. "무실점 할 수 있게 도와줘." 실점을 해도 웃는 얼굴로 수비수들을 다독였다. 그 결과, 8번의 무실점 경기를 수비수들과 합작했다.

코치로 전업을 한 이후에도 현역 시절과 똑같이 훈련을 하고 있는 최 코치를 보며 권순태는 더욱 굵은 땀방울을 흘릴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권순태는 "이런 선배를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내 골키퍼 인생은 앞으로 많이 남아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라며 재차 의지를 다졌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