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전 네덜란드 감독(62)은 한국이 낯설지 않다. 한국 선수들과의 인연 때문이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 한국 선수들의 인연은 2002년부터 시작됐다. 2000년부터 페예노르트 지휘하던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견인한 수비수 송종국(35)을 영입했다.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선수와 소속팀(부산)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5년 계약, 이적료 400만달러(약 41억원)였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주전 우측 풀백으로 기용된 송종국은 전성기를 누렸다. 2002~2003시즌 컵 대회 준우승을 합작했다. 2003~2004시즌에는 유럽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다.
두번째 인연은 이천수(33·인천)와 맺었다. 2006년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2007년 여름 다시 페예노르트로 복귀했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의 미션은 '페예노르트 부활'이었다. 페예노르트는 1998~1999시즌 이후 아약스와 PSV에인트호벤 등에 밀려 한 차례도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2006~2007시즌에는 리그 7위로 추락한 상황이었다. 전력 보강이 시급했던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또 다시 한국 선수들에게 눈을 돌렸다.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이천수를 점찍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2003~2005년)에서 실패를 맛보고 국내로 유턴했던 이천수는 친정팀 울산에서 부활 찬가를 부르고 있었다.
둘의 궁합은 그리 잘 맞지 않았다. 이천수는 총 16경기(정규리그 14경기, 컵 대회 2경기)밖에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는 2007~2008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천수 효과'는 보지 못했다.
지난시즌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독일 함부르크 사령탑에 오르면서 또 한번 한국 선수와 인연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악연'이었다.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한국축구의 대들보로 성장한 손흥민(22·레버쿠젠)이 주인공이었다.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지난해 11월 9일 친정팀 함부르크와의 2013~2014시즌 분데스리가 12라운드에서 해트트릭을 쏘아올렸다. 도움 1개도 곁들이며 레버쿠젠의 5대3 완승을 이끌었다.
함부르크의 재건을 천명한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굴욕을 안았다. 특히 손흥민이 함부르크의 추락에 방점을 찍었다. 이후 함부르크는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16위로 시즌을 마쳤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2월 중순 경질되고 말았다. 인연의 끝맛은 씁쓸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