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라는 것이 참 무섭다. 사람을 피하게도 만든다.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7일 잠실구장. 두산이 한창 연습을 하고 있을 무렵 넥센 선수들이 도착했다. 이때 배팅 케이지 쪽에 있던 두산 송일수 감독이 천천히 외야로 걸어나갔다. 한참 있다가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위해 덕아웃으로 돌아오던 송 감독은 인사하러 나온 넥센 염경엽 감독과 서로 주먹을 부딪히며 인사를 했다.
송 감독이 외야로 간 이유가 있었다. 일부러 염 감독과 인사를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취재진에게 온 송 감독은 "인사하지 않으려 도망갔는데 결국은 만나고 말았다"며 웃었다. 염 감독이 항상 경기 첫날에 송 감독을 만나러 왔는데 그때마다 진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산과 넥센의 시리즈 첫날엔 넥센이 많이 이겼다. 올시즌 첫 만남이었던 지난 4월 1일 목동 경기서 넥센이 9대3으로 이겼고 4월 29일 잠실 경기서도 5대2로 승리했다. 6월 6일 목동 경기도 난타전 끝에 15대10으로 승리. 그런데 최근 3연전의 첫날이었던 6월 27일 잠실경기서는 8대2로 두산이 이겼다.
염 감독은 자신이 송 감독과 인사한 날 많이 이겼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염 감독은 "지난번에 인사하러 갔을 때 나를 만나면 두산이 진다고 하셨다"면서 이날도 오랜 기다림 속에 인사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덕아웃에 나와보니 그라운드에 송감독님이 계셔서 인사를 드리러 가려했는데 외야로 가시더라. 그렇다고 내가 외야로 갈 수가 없어서 계속 기다렸다. 돌아오실 때도 이쪽을 안보고 1루쪽으로 가셔서 통역에게 인사가겠다고 잡아달라고 했다"는 염 감독은 "그전까지는 항상 악수를 하셨는데 오늘은 주먹을 내미셔서 주먹끼리 터치를 했다"며 웃었다.
두 감독의 색다른 인사는 징크스를 바꿔 놓을까.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