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혜택이 달린 아시안게임의 부담감일까. 대표팀에 선발된 선발투수들이 집단부진에 빠졌다.
한화 이글스 이태양은 지난 5일 청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3⅔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공교롭게도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엔트리가 최종 확정, 발표된 지난달 28일 이후 2경기 연속 부진이다. 이태양은 29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도 2⅔이닝 8실점(7자책)으로 무너진 바 있다.
최종 엔트리 승선을 앞두고도 극심한 부담감에 시달렸다. 23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에선 5이닝 4실점(3자책)을 기록했는데 이태양은 이날 마운드에서 갑자기 코피를 쏟기도 했다. 심적 부담감이 작용한 것이다.
NC 이재학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재학은 최종 엔트리 발표 전 마지막 경기였던 24일 대전 한화전에서 2⅓이닝 7실점으로 무너진 바 있다. 대표팀 합류가 확정된 뒤인 30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6이닝 4실점(3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으나, 아직 한창 좋았을 때의 모습은 아니다.
여기에 SK 와이번스 김광현과 원투펀치 역할을 해야 할 KIA 양현종마저 5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4⅓이닝 8실점으로 무너졌다. 대표팀 선발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태양과 이재학은 선발요원이다. 상황에 따라 구원등판할 가능성도 있지만, 일단 예선에선 선발로 나서야 한다. 선발투수는 경기를 만들어가는 중책을 지고 있다. 아무리 약체를 상대한다 해도 경기 초반부터 무너진다면, 경기 운영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두 명 모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초보'들이다. 하지만 프로선수라면, 초보티를 내서는 안 된다. 만약 부진이 거듭된다면, 여론도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도 부진에 빠졌던 임태훈(두산)이 윤석민(현 볼티모어 오리올스)으로 교체된 전례가 있다. 부진으로 인한 교체는 충분히 가능하다.
이태양과 이재학은 부족한 경험에도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지는 모습이 주목받았던 '라이징 스타'들이다. 그런데 이런 장점을 잃어버린다면, 대표팀에 뽑힐 이유가 없다. 태극마크에 대한 중압감 대신 책임감을 갖고, 대회 전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선발 과정부터 말이 많았다. 사실상 병역혜택이 달린 유일한 대회인데다, 향후 야구가 정식종목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높다. 대표팀 엔트리 확정 과정에서 구단별로 병역 미필자들을 안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들의 부진이 거듭된다면, 대표팀은 더욱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하루 빨리 부담감을 떨쳐내고, 예전 모습으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